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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내 인플레 갑론을박…"여전히 높다" vs "올바른 방향"

김정남 기자I 2023.04.14 23:56:51

월러 이사 "인플레 큰 진전 못 이뤘다"
굴스비 총재 "올바른 방향 가고 있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방준비제도(Fed) 이사. (사진=AFP 제공)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고위 인사들이 최근 인플레이션 흐름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고는 있지만 연준 목표치(2.0%)보다는 훨씬 높다는 점에서 의견이 갈리고 있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14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소비자물가지수(CPI)를 보든, 연준이 선호하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를 보든,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너무 높다”며 “인플레이션을 낮추는데 큰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5.0%를 기록했다. 직전 월인 올해 2월(6.0%)보다 낮아졌지만, 연준 목표치까지 가기에는 멀었다는 평가다. 특히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1년 전보다 5.6% 올랐다. 전월(5.5%)보다 오히려 높아졌다. 근원물가는 지난해 9월 6.6% 이후 조금씩 떨어지고 있지만, 헤드라인보다 낙폭이 더 작다. “근원물가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게 월러 이사의 진단이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를 훨씬 상회하고 있어 통화정책을 더 긴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월러 이사는 “노동시장이 계속 강하고 상당히 타이트하다”고 놀라워 하면서 “이것은 현재까지 연준의 긴축이 총수요를 억제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로 인한 신용 경색과 경기 침체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 그런 판단을 내리는 것은 어렵다”며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다만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약간 다른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이날 CNBC에 나와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이(전월 대비) 큰 폭 마이너스(-)로 나오고 소매판매 역시 줄어든 것으로 볼 때 우리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P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7%를 기록했다. 직전 월인 올해 2월(4.9%)보다 낮아졌다. 특히 전월 대비 PPI는 0.5% 하락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인 2020년 4월 이후 가장 많이 떨어졌다. 이날 나온 소비 지표는 역대급 긴축 여파로 또 감소했다. 상무부는 지난달 소매 판매는 전월 대비 1.0% 감소했다고 밝혔다. 전월(-0.2%)에 이어 또 줄어든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0.4%)를 하회했다.

굴스비 총재는 “최근 데이터는 인플레이션 흐름에 있어 긍정적인 진정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그는 다만 “일부 물가 지표에는 끈적이는 요인이 분명히 있다”며 “연준이 할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울러 경기 침체 가능성을 높이 봤다. 굴스비 총재는 “현재 경제 상황으로 볼 때 침체를 겪을 수 있다”며 “약간의 완만한 침체가 일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오스탄 굴스비 미국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 (사진=시카고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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