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업계에 따르면 문 대통령과 정 부회장의 인연은 신세계그룹이 삼성그룹에서 분가한 199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신세계는 1991년 삼성에서 독립하고 신성장 동력을 잡고자 금융업 진출을 선언했다. 이로써 신세계는 1994년 계열사 해운대개발(19.8%)과 정재은 회장·이명희 상무 부부(10.3%)가 한일투자금융 지분 30%를 사들여 경영권을 획득했다. 한일투금은 사명을 신세계종금으로 바꿨고 이후 대주주는 지분을 넘겨받은 신세계가 됐다.
정부는 1998년 1월 종합금융회사 10곳의 인가를 취소했다. 자산 대비 자본(자기자본비율)이 줄고 부채가 커진 곳이 대상이었다. 1997년 12월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를 겪으면서 금융사의 재무 건전성 회복을 위한 조처였다. 당시 종금사 면허를 반납해야 하는 대상에 신세계종합금융이 포함됐다. 같은 해 신세계종금은 한국거래소에서 상장이 폐지되고 법원에 파산을 신청했다.
부산에 터를 잡고 영업을 해온 신세계종금의 파산 절차는 부산지방법원에서 진행했다. 법인 파산은 외부인을 파산관재인으로 정해 자산을 보전, 회수, 분배, 청산하는 절차를 거친다. 공정하게 자산을 나누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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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신세계종금 파산 절차가 한창 진행 중이던 2003년 1월14일 파산관재인 직에서 돌연 사임했다. 9일 뒤인 1월23일,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문 대통령을 민정수석에 내정했다. 공직을 맡게 되면서 수임한 사건을 계속 진행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이 신세계종금 파산을 도운 시기, 대주주 신세계에서 정용진 부회장은 상무이사로 근무하는 임원이자 지분 4.9%(69만주)를 가진 주요 주주였다. 당시 신세계는 종금의 파산으로 이익에 상당한 타격을 받은 상태였다. 종금에 출자한 약 300억원 가운데 사실상 전부를 손실(290억원)로 잡아 1997년 회계를 처리해야만 했다.
신세계는 야심차게 진출한 금융업을 접어야 했고 출자금을 잃게 돼 금전적 손해까지 막심했다. 이 과정에서 손해를 줄이는 역할이 파산관재인 문 대통령 손에 달려 있었기에 회사의 주요주주인 정 부회장과는 사업상 직간접적으로 연을 맺은 것이다.
훗날 신세계종금 파산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신용등급 조작과 정관계 불법 로비 사실이 드러났다. 대주주 일가가 영업중단 직전에 대거 예금을 인출하는 등 도덕적 해이도 밝혀졌다. 1998년 시작한 파산 절차는 2012년 11월에야 종결할 만큼 신세계종금 청산은 지난한 과정을 겪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