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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라진 노동자 430만명은 어디로 갔나’라는 기사에서 “많은 경제학자들이 9월 개학이 실시되고 실업수당 지급이 종료되며 델타 변이가 소강상태로 접어들면 다시 노동자들이 직장에 복귀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8월 노동자들이 사상 최대의 속도로 그만두는 등 노동력 부족이 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8월 노동자 약 430만명이 직장을 떠났으며, 이는 2000년 이후 21년만에 가장 많은 수준이다.
◇집에서 아이 돌보는 부모들·본국 돌아간 이주노동자
대규모 퇴직이 일어난 이유로 WSJ는 돌봄 인력이 부족해 부모들이 직장을 대거 그만뒀다는 점을 꼽았다. 9월 어린이집 노동자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지난해 2월보다 10만8000명 줄었다. 이로 인해 일부 부모들이 직장에 복귀하지 않고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국경이 폐쇄되면서 외국인 노동자도 줄었다. 이주노동자들은 항만에서 하역 작업을 하거나 물류를 배송하는 트럭 운전사로 일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들이 본국으로 돌아가면서 수입물품이 항구에 도착해도 제때 공급이 이뤄지지 않는 등 공급망 병목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주식으로 노후 자금을 마련한 베이비붐 세대(1946~1964년생)도 조기 은퇴하고 있다.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2월부터 올 6월 사이 은퇴자 수가 360만명 늘었는데, 코로나19 이전 은퇴 속도를 고려했을 때 예상되는 증가 규모(150만명)의 두 배를 넘었다. 금융시장 활황으로 투자 수익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WSJ는 분석했다.
코로나19가 재확산하는 가운데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일하느니 실업수당을 받으며 일을 쉬는 노동자들이 늘어난 점도 직장 복귀를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특히 저임금 노동자들은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주는 실업수당을 합치면 이전 직장에서 받은 임금 수준을 뛰어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미 상무부 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6월 중순부터 9월 중순 사이 코로나19에 감염되거나 확진자를 돌보기 위해 일할 수 없었다는 이들은 250만명 늘었다.
◇직원 못 구해 영업시간 단축…키오스크 마련하기도
인력난에 처한 기업들은 나름의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임금을 올려도 직원을 구하지 못한 음식점과 술집은 영업일이나 영업시간을 단축했다. 서비스 가격을 올리기 어렵다면 서비스 품질을 낮추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다. 실제 호텔들은 종전에 기본으로 제공하던 조식 뷔페를 없애거나 객실 청소 서비스를 중단하는 식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계산 직원을 구하지 못한 소매 유통업체들은 셀프 계산대를 설치하거나, 고객들이 스스로 주문하도록 태블릿을 배치하는 등 노동력 대체 기술에 투자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여의치 않을 경우 기존 노동자들에게 초과근무를 요구하기도 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제조업 노동자들의 주당 평균 초과근무 시간은 지난달 4.2시간으로, 지난해 4월 2.8시간보다 늘었다.
WSJ가 조사한 경제학자 52명 중 22명은 “노동 참여가 결코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