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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몰아주기' 고발 면한 미래에셋, 발행어음 속도낼 듯(종합)

이명철 기자I 2020.05.27 12:24:03

공정위, 미래에셋그룹 시정명령·과징금 43.9억 부과
“박현주, 직접 지시 없어…법 위반 정도 중대치 않아”
금융당국 발행어음 사업자 적격성 심사 걸림돌 해소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그룹 총수 박현주 회장이 사실상 소유한 비상장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준 혐의로 미래에셋그룹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았다. 계열사가 운영하는 골프장·호텔을 이용케 하고 행사나 광고 등의 매출을 올리게 한 사실이 드러나서다. 당초 박 회장을 검찰 고발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고발 조치는 하지 않았다. 직접 부당 내부거래를 지시한 증거가 없어 공정거래법 위반 정도가 중대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서울 중구 미래에셋 본사 전경. 연합뉴스 제공
◇ 골프장·호텔에 430억 매출 몰아줘

공정위는 기업집단 미래에셋에 대해 계열사들의 일감 몰아주기로 특수관계인에게 부당 이익을 귀속한 행위에 시정 명령과 과징금 43억9000만원 부과를 결정했다고 27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미래에셋대우·미래에셋생명보험(주요 3사) 등 미래에셋 계열사 11개는 2015~2017년 미래에셋컨설팅이 운영하는 블루마운틴CC·포시즌스호텔에 대규모 내부거래로 성장을 도왔다는 혐의를 받았다.

계열사들은 그룹 차원에서 고객 접대나 행사·연수 시 해당 골프장·호텔 이용 원칙을 세웠으며 주요 3사에게는 선불 방식의 바우처도 할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직원·고객용 선물을 그룹이 통합구매하게 했으며 골프장에 주요 3사 광고도 배분했다.

미래에셋의 내부 거래는 그룹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미래에셋캐피탈이 개입하면서 공정거래법상 요구되는 객관적·합리적 고려나 비교 없이 미래에셋컨설팅의 요구를 수용했다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3년간 내부거래 규모는 골프장 297억원, 호텔 133억원 총 430억원이다. 이는 블루마운틴CC·포시즌스호텔이 같은 기간 올린 전체 매출액(1819억원)의 23.7%에 달한다.

미래에셋컨설팅은 고정비 부담이 큰 골프장·호텔사업에 진출하고도 계열사의 내부 거래로 큰 위험 없이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는 지적이다. 미래에셋컨설팅의 매출액은 2014년 176억원에서 2017년 1100억원으로 급성장했으며 호텔시장에서는 단기간에 8위 사업자(2017년 기준)로 올라섰다.

정진욱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장이 27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업집단 미래에셋 계열회사들의 일감몰아주기 제재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 총수·법인고발 없어, 솜방망이 논란 예상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을 계열사별로 보면 미래에셋컨설팅이 21억5100만원이고 이어 미래에셋대우 10억4000만원, 미래에셋자산운용 6억400만원, 미래에셋생명보험 5억5700만원 등 순이다.

박 회장에 대한 검찰 고발 여부가 관건이었지만 고발 조치는 하지 않았다. 특수관계인의 위법성 정도가 지시에는 이르지 않는 관여로서 법 위반의 정도가 중대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서다.

이에 대해 정진욱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동일인(박 회장)이 사업 초기에는 블루마운틴CC의 영업방향이나 수익 상황, 블루마운틴CC·포시즌스호텔 장점 등을 언급했지만 직접 사용을 지시한 내용은 찾을 수가 없었다”고 전했다.

미래에셋그룹 법인 고발도 없던 이유도 마찬가지다. 계열사가 새로운 사업을 창출해 부당 내부거래를 한 것이 아니라 기존에 영위하는 사업을 이용케 한 조치여서 법 위반 정도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정 국장은 “미래에셋그룹 자신이 투자한 골프장이나 호텔을 이용토록 한 것이고 계열사의 것을 이용토록 거래처만 변경한 것에 불과해 법 위반성 등 정도가 적다고 봤다”며 “내부거래 비율도 23.7%로 (상대적으로) 적은 것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그룹은 증권사인 미래에셋대우가 발행어음 사업을 추진 중이었다. 하지만 발행어음 사업자 적격성을 판단하던 금융감독원이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점을 수상히 여겨 공정위에 전달하며서 장기간 심사가 지연된 상태다.

이번 공정위 제재에서 검찰 고발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수위인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가 결정됨에 따라 미래에셋대우는 적격성 심사 여부에 리스크를 해소하게 됐다.

정 국장은 미래에셋대우의 발행어음 사업 전망과 관련해 “금융위원회쪽에서 판단할 문제라서 예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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