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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오는 6월부터 빚 원금이 1500만원 이하인 기초 수급자나 고령자, 장기 소액 연체자 등 취약 계층이 3년간 금융기관 채무를 성실히 갚으면 남은 빚을 탕감해주는 지원 제도를 시행한다.
금융위원회는 18일 이런 내용의 개인 채무자 신용 회복 지원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개인 채무자 채무 조정을 담당하는 신용회복위원회(신복위)에 빚 상환 능력이 없는 취약 채무자를 위한 특별 감면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특별 감면 제도 지원 대상은 금융회사 대출 원리금을 3개월 이상 연체한 기초 생활 수급자와 장애인 연금 수령자, 중위소득 60%(올해 2인 가구 기준 월 174만원) 이하인 70세 이상 고령자, 10년 이상 1500만원 이하의 원금을 갚지 못한 장기 소액 연체자다. 재산은 법원 파산 신청 때 빚 상환을 위한 청산 대상에서 제외하는 임차 보증금과 생활비(서울시 기준 4600만원) 이하여야 한다.
기초 수급자와 장애인 연금 수령자는 연체 기간이 6개월을 넘어 금융회사가 이미 손실로 처리한 상각 채권의 경우 빚 원금의 90%, 고령자는 80%를 각각 감면한다. 장기 연체자는 70%를 감면하기로 했다. 고령자와 장기 연체자의 채무 감면율을 지금보다 10%포인트 높인 것이다. 아직 금융사 손실에 반영하지 않은 미상각 채권도 원금 30%를 일괄해 감면하기로 했다.
또 이들이 신복위 채무 조정 후 3년 동안 감면받은 빚의 최소 절반 이상을 성실히 갚으면 남은 채무는 탕감하기로 했다. 법원이 빚 탕감을 위한 최소한의 성실 납부 기간을 3년으로 여겨 지난해부터 개인 회생 절차의 채무 변제 기간을 최대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한 것을 고려했다. 기초 수급자와 장애인 연금 수령자, 고령자의 경우 장기 연체자와 같게 신복위 채무 조정 전 빚 원금이 1500만원 이하일 때만 남은 빚을 탕감받을 수 있다.
금융위는 이 같은 지원을 통해 빚 갚을 여력이 없는 취약 계층 채무를 최대 85~95% 감면하는 효과가 있으리라고 예상했다. 예를 들어 빚 원금 700만원(미상각 채권 400만원), 월 소득 150만원인 2인 가구의 고령자가 신복위에 채무 조정을 신청할 경우 상환액이 현재 490만원(감면율 30%)에서 170만원(감면율 75%)으로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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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실 처리 전인 미상각 채권도 취약계층과 유사하게 최대 30%까지 원금을 감면하기로 했다. 현재 미상각 채권은 이자만 면제하지만, 원금까지 감면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다. 이 같은 방침은 금융회사가 줄여준 원금을 세법상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기획재정부 협의를 거쳐 개정 세법 시행과 동시에 적용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오는 8월부터 아직 대출 연체 전이거나 연체 기간이 30일 이내인 다중 채무자를 위한 신속 지원 제도도 신복위에 신설한다.
지원 대상은 최근 6개월 이내 실업·무급 휴직·폐업을 한 사람과 3개월 이상 입원 치료를 해야 하는 환자, 대출받을 때보다 소득이 많이 감소해 빚을 갚기 어려워진 신용 등급 7등급 이하 채무자 등이다. 대출 원리금 연체→신용등급 하락→원리금 상환 부담 증가 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벌어지기 전인 신용 회복의 ‘골든 타임’에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신속 지원 제도 신청자는 최장 6개월간 원금 대신 이자만 내도록 지원하고 그 이후에도 과도한 빚 등으로 정상 상환이 어렵다면 최대 10년간 원리금 장기 분할 상환을 허용하기로 했다. 장기 분할 상환 기간에 적용하는 이자율도 최고 연 15%로 제한해 대출자 부담을 줄일 계획이다. 지금도 개별 금융회사가 자체적으로 연체 발생 우려가 있는 채무자의 원금 상환 유예, 분할 상환 등을 지원하는 프리워크아웃(사전채무조정) 제도가 있지만, 강제력이 없는 탓에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있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군산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를 방문해 “이번 제도 개선으로 신복위의 평균 채무 감면율이 현재의 29%에서 45%로 대폭 높아질 것”이라며 “신복위 지원의 사각지대였던 연체 발생 전 채무자와 상환 능력이 없는 취약 채무자까지 새로 지원 대상에 포함해 맞춤형 채무 조정 지원 체계를 완성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