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두 차례 액면분할 회사들을 분석해 드리면서 액면분할은 1000원짜리 지폐를 동전교환기에 넣어서 100원짜리 10개로 바꾸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액면병합은 반대의 개념입니다. 지갑에 만원 짜리 6장이 있다고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한장 한장 꺼내쓰다 보면 어느 순간 돈을 다 쓸 수가 있겠죠. 그래서 1만원 짜리 하나만 남겨두고 나머지 5장은 5만원 짜리로 바꿔서 가지고 있으면 아무래도 심리적으로 5만원 지폐를 쓸 때는 조금 고민해서 쉽게 깨서 쓸려고 하지 않겠죠. 액면병합은 이처럼 소액권을 고액권으로 바꾸는 것과 같습니다.
액면분할은 유동성(주식 유통물량)을 늘리기 위해서, 반대로 액면병합은 반대로 유동성을 줄이기 위해서 하는 것 입니다. 왜 유동성을 줄이려고 하느냐. 액면병합은 주식수가 너무 많으면 빈번한 단타매매 같은 움직임으로 주가가 묶여버릴 수 있다고 판단하거나 주가가 내려가야 이익을 보는 공매도의 표적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면 회사 측이 결정할 수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예전에 셀트리온(068270)이 액면병합, 무상증자와 같은 카드를 쓰면서 공매도와 전쟁을 한다고 한 적도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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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액면병합은 주식수를 줄이는 것인데, 곧바로 다시 주식수 늘리는 무상증자를 한다고 공시한 이유는
주식수를 5분의 1로 줄였다가 다시 조금 더 늘리는 작업을 한 것인데, 어떻게 보면 일을 한번에 할 것을 두 번에 걸쳐서 한 셈입니다. 이렇게 한 이유는 회사가 봤을 때는 액면가는 500원이면 좋겠고, 발행주식은 한 1000만주 정도가 좋을 것 같다고 해서 두 조건을 다 충족시키기 위해 맞춘 것으로 보입니다.
이 회사의 현재 발행주식총수가 3225만주인데 5주를 1주로 묶는 액면병합을 하면 645만주가 됩니다. 이후 무상증자로 312만주를 더 발행합니다. 그러면 최종적으로 이 회사의 총발행주식은 1000만주에서 약간 못 미치는 957만주가 됩니다.
실제로 주요 상장 게임사들 보면 게임빌(063080)은 액면가 500원에 650만주, 컴투스는 액면가 500원에 1280만주입니다. 선데이토즈도 액면가는 500원으로 맞추고 발행주식은 그 중간값으로 맞춘 셈이 됩니다.
만약 액면병합 한가지 방법을 사용해서 3200만주에서 950만주로 줄이고자 한다면 액면가를 대략 100원에서 300원으로 병합해야합니다. 그런데 액면가 300원이란 것은 다소 생소합니다. 액면가 300원 주식은 상장사 가운데 없습니다. 상법(329조 3항)은 ‘액면가 1주의 금액은 100원 이상으로 해야한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액면가는 100원 이상으로 정하기만 하면 되는데요, 통상적으로는 △100원 △500원 △1000원 △2500원 △5000원 식의 단위를 선호합니다.
아래 표를 보시면 액면가별 종목 분포를 알 수 있는데요, 코스닥상장사는 액면가 500원이 91.6%로 절대다수입니다. 유가증권 상장사는 5000원이 43.3%, 500원이 43.5%로 양분되어 있습니다. 300원은 없고, 100원 1000원 2500원도 소수에 불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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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럼 액면분할과 무상증자는 주주가치 측면에서는 어떤 영향인가
우선 이해를 돕기 위해서 선데이토즈 주식 10주를 가지고 있다고 가정해봅니다. 현재 선데이토즈 주가가 1만원 정도이니까 1만원짜리 10장 가지고 있는 셈이죠. 여기에서 하나를 다섯 개로 묶는 액면병합을 하면 1만원짜리 10장은 5만원짜리 2장으로 일단 바뀌게 됩니다.
이후 1주당 0.5주씩 교부하는 무상증자를 하게 됩니다. 2주 가진 사람에게 1주를 주는 ‘2+1’인 셈이니까 총 3주를 가지게 되는 것이죠. 주식수는 3주를 일단 확보합니다.
그런데 무상증자는 회사가치가 바뀌는 것이 아닙니다. 지난번 유테크(178780)라는 종목을 말씀드리면서 무상증자는 회계적으로 ‘왼쪽 주머니에서 오른쪽 주머니로 옮기는 것’이라고 설명드렸는데, 자본잉여금이란 계정이 자본금으로 이름만 바뀌는 것입니다. 회사가치 변동이 없으니까 주식가격도 인위적으로 조정합니다. 무상증자 권리락이라고 합니다. 권리락이 적용되면 5만원짜리 2주는 3만3300원짜리 3주로 바뀌게 됩니다.
다시 정리해보면 애초 1만원짜리 10장이나, 5만원짜리 2장이나, 3만3000원 3장이나 모두 다 총액으로는 10만원의 동일한 가치가 있는 것이죠. 이론적으로는 주식가치 변동을 가져오는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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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런데 왜 이런 것을 주주가치 제고라고 하나
기본적으로는 가치변동은 없습니다만, 통상적으로 성장성이 높은 회사들은 무상증자를 호재라고 인식합니다. 권리락을 반영하면 인위적으로 주가가 조정되긴 하지만 회사의 성장성이 높다고 판단하는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많이 들어오면 다시 주가를 회복할 수도 있으니까요. 시작은 3만3000원짜리 3장으로 시작하지만 5만원을 회복한다고 하면 그때야 비로소 15만원의 값어치가 될 수 있겠죠. 그래서 정확하게는 ‘주주가치 제고’ 정책이라기 보다 주주가치 제고를 ‘기대해볼 수 있는’ 정책이라는 표현이 맞습니다.
다만 이렇게 가기 위해서는 액면병합과 무상증자만으로는 부족하구요. 궁극적으로는 회사가 좋아져야 합니다. 이 회사는 애니팡으로 뜬 곳인데 최근 주가를 보면 작년의 최고가격보다 많이 떨어져 있고 증권사들이 제시하는 목표주가를 보면 최근에 낮춰진 흐름을 볼수 있습니다. 현 주가와 큰 차이 없는 1만원대 중후반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목표주가는 통상 6개월~12개월 전망을 반영하는 것이니까 애널리스트들이 이 회사 주가가 아주 많이 오를 것으로 보고 있진 않다는 것이죠.
결국 이 회사가 내놓은 새로운 게임들이 얼마나 인기를 끌어서 회사 매출과 이익에 도움이 되느냐가 근본적이고 핵심적인 변수입니다. 올해 예정된 일정을 보면 북미나유럽 등 글로벌시장에 여러 게임들을 선보이는 계획들이 있습니다. 주로 2분기와 3분기에 계획하고 있는데 이러한 일정과 결과들을 확인을 해가시면서 잘 관찰해보시면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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