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수익 강신우 기자] ‘제1야당 사상 첫 여성 원내사령탑’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의 어깨에 ‘비상 사령탑’이라는 중책이 또 하나 놓였다. 박 원내대표는 4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내년 초 새로운 지도부 선출까지 과도기의 당을 이끄는 비대위원장에 만장일치로 추대됐다.
7·30재보선 이후 박 원내대표를 제외한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 등 선출직 지도부가 총사퇴하면서 당대표 직무대행을 맡고 있던 그가 공식적으로 당 재건과 혁신을 위해 구원등판한 것이다.
재보선에서 나타난 싸늘한 민심을 수습하기 위한 총체적 처방을 담은 혁신안 마련은 그의 앞에 놓인 우선 과제다. 기업으로 치면 파산 직전의 회사를 기사회생시킬 강도높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셈이다.
이를 위해선 혁신안을 주도할 비대위 구성이 전제조건이다. 그는 비대위원장 추대 직후 ‘무당무사’(無黨無私; 당이 없으면 개인의 안위도 없다)는 취임 일성을 밝혔다. 개개인이나 계파의 목소리보다는 당의 미래가 최우선 우선이라는 것이다. 새정치연합에선 그동안 공식적으로는 ‘계파는 없다’고 강조해왔지만, 친노(친노무현)·정세균계·안철수계 등 당내 일정 지분을 나누고 있는 각 계파에서 분출되는 다양한 목소리들을 비대위가 어떻게 제어하고 통합해 나가느냐가 문제다.
이는 과도기 체제인 비대위가 차기 당권과 뗄 수 없는 ‘고리’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비대위는 전국 현장조직인 지역위원장을 결정해야 하고, 지방선거와 재보선 과정에서 적나라하게 노출된 공천 문제 등에 대한 개혁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공천=권력’인 정당구조에서 자칫 ‘계파 나눠먹기’ 또는 ‘당권을 향한 암투’와 같은 모습이 외부에 비쳐질 경우 비대위 자체가 길을 잃고 표류할 가능성도 있다.
재보선 이후 지금까지 혁신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도 차기 당권을 염두에 둔 일부 계파의 기민한 움직임들이 당내에서 공공연하게 흘러나왔다. 새정치연합의 전신인 민주당도 지난 대선 패배이후 계파청산과 당혁신을 강조하며 문희상 비대위원장 체제를 출범시켰지만, 결과적으로 비대위가 만든 혁신안이 새지도부에서 온전히 실행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 혁신 과제와 함께 당장 지지부진한 세월호특별법 처리, 정기국회 일정 등 여당과 협상해야 할 원내문제도 박 원내대표의 몫이다. 특히 재보선에서 압승한 여권이 청와대·정부와 함께 경제활성화를 위한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상황에서 야권이 강조해온 세월호특별법은 물론 경제민주화·복지 등 당의 정체성과 관련된 ‘키워드 법안’ 추진 동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 비대위원장은 의원총회에서 추대되기 앞서 자신의 트위터에 지인이 보내준 시(詩)라며 “비가와도 가야할 곳이 있는 새는 하늘을 날고, 눈이 쌓여도 가야할곳이 있는 사슴은 산길을 오른다…”고 적었다. 새정치연합 앞에 만만치 않게 내리는 비와 쌓인 눈을 뚫고 그가 어떠한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