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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만에 ‘슈퍼엔저’에서 ‘엔고’로 방향을 전환한 건 미·일 금리차이에 주목했던 투자자들이 패닉성 엔화 매수에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달 31일 일본은행은 단기 정책금리를 연 0~0.1%에서 연 0.25%로 인상했다. 같은 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오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하 단행을 시사했다. 이어 미국 7월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예상치를 밑돌고, 실업률도 4.3%로 증가하며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했다.
그러자 낮은 금리의 엔화를 빌려 미국 채권과 멕시코 페소 등 고금리 통화 자산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이 서둘러 엔 캐리 청산에 나서면서 엔화가치를 급격하게 밀어 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들은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서 보유하면 얻을 수 있는 이자 수입인 ‘스와프 포인트’를 겨냥해 투자해왔다. 그러나 최근 한 달간 달러·엔 환율이 161엔대에서 142엔대로 급락하며 3년 반 동안의 누적 이자 수입을 날릴 상황에 처하자 빠르게 태세를 전환, 엔화를 매입하면서 엔화 강세를 부추기고 있다는 설명이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미국에서 금리 인하가 잇따를 경우 이자가 쌓이는 속도는 빠르게 둔화할 것이란 전망에 헤지펀드 등 투기세력은 캐리 축소를 서둘렀고, 일본의 외환 증거금(FX) 투자자들 역시 이를 따랐다”고 진단했다.
엔화 강세는 일본 증시를 덮쳤다. 이날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2.4% 폭락한 3만1458에 장을 마감했다. 오후 장 중 한때는 3만1156까지 밀리기도 했다. 지난 2일에도 2216포인트 급락했던 닛케이지수의 이날 낙폭은 3836포인트가 떨어졌던 1987년 10월 20일 ‘블랙 먼데이’를 뛰어넘었다. 특히 종가는 지난 1월 4일 기록한 종가 기준 올해 최저치인 3만3288.29를 밑돌았다. 해외 기관투자자, 헤지펀드, 개인투자자 등 시장 참여자 모두 매도에 나서면서 닛케이지수는 올해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스위스 최대 자산운용사인 UBS 자산운용은 엔화가 급격히 강세로 전환한 점을 주가 폭락의 이유로 꼽았다.
켈빈 테이 UBS 글로벌 자산 매니지먼트 아시아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날 미국 CNBC 인터뷰에서 “지난 2년 동안 일본 증시가 강세를 보인 이유는 엔화가 매우 약세를 보였기 때문”이라며 “이제 방향이 전환하면서 투자자들이 모두 빠져나가고 있으며 지금 일본 시장에 진입하는 건 떨어지는 칼날을 잡는 것과 같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그는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 일본 증시는 하락해왔다”면서 “일본 생명보험사와 연기금이 더 많은 엔화를 일본으로 보내기 시작하면 달러·엔화 환율이 135엔까지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아시아증시도 일제히 폭락했다. 대만 가권지수는 8.35%로 닛케이지수 다음으로 하락폭이 컸다. 중국상해종합지수가 1.18% 빠진 것을 비롯해 홍콩 항셍지수 -2.21%, 인도 센섹스지수 -1.08% 등을 기록했다. 아시아 주요 반도체주들에 매도세가 몰린 가운데 대만의 경우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의 급락에 휘청거렸다.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업체인 TSMC와 애플 최대 협력사 폭스콘(홍하이정밀공업)은 이날 각각 9%대 하락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