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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두절(無頭節·수장없는 날)도 하염없이 길어지면 업무 공백은 물론 기강이 약해지고 조직이 흔들리기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공정위의 사기는 꺾일 대로 꺾인 모습이다. 위원장이 인사권을 행사하지 못하면서 사건을 총괄하는 사무처장과 ‘1심 판사’ 역할을 하는 삼임위원 등 1급 보직도 비어있다. 상황이 이렇자, 공정위 내부에서는 “수장이 없는데 지금 열심히 일하려고 하는 직원이 어디 있겠느냐”는 말도 심심찮게 나온다.
‘시장 자율’과 ‘규제 완화’라는 윤석열 정부의 경제 철학을 실현하기 위해 최일선에 서야 할 공정위가 멈춰선 것이다. 야권에선 인사라인을 검찰 측근이 독식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잇따른 인사검증 실패가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배경으로도 꼽힌다.
인선이 늘어질수록 규제개혁 의지도 소원해진다. ‘재벌개혁’을 기치로 내건 문재인 정부에선 공정위원장을 취임 일주일 만에 지명했다. 당시 김상조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기업정책 철학의 의지를 과감하게 드러내며 ‘무서운’ 공정위를 만들었다.
공정위의 태생적 역할은 기업이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공정거래법)에도 공정위의 존재 이유를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 촉진’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새 정부에선 공정위가 더 이상 ‘재벌 저승사자’가 아닌 ‘규제개혁 선봉장’이 돼야 하는 이유다.
윤 정부의 친(親)시장 의지를 오롯이 반영하기 위해서라도 비대해진 공정위를 때려잡기보다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 공정위 내부 단속만 하려다가 정작 시장 자율과 규제 완화라는 대의를 놓칠 수 있다.
전문성을 갖춘 사람을 뽑는 것이 현 정부의 인사 원칙이라면 무엇보다 공정위 사정을 잘 알고 경쟁법에 전문성이 있는 사람이 공정위 수장 자리에 적합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