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퓰리처상을 수상한 저널리스트이자 페미니즘 고전 ‘백래시’(Backlash·반발) 저자 수전 팔루디는 1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아티움(SM타운)에서 열리는 ‘제7회 이데일리 W 페스타’에 기조연설자로 나서 “남여간 상호 이해 만이 화합으로 이끌 수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1991년 출간된 그의 저서 백래시는 1970년대 미국 여성들이 주도해 낙태를 합법화시키고 의회로부터 남녀평등 헌법수정안 승인을 이끌어냈지만 남성 문화의 거센 반발에 직면하는 과정을 기록해 그해 논픽션 부문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수상했다.
지난해말 한국어판이 출간되면서 미투 열풍, 낙태 합법화 논란 등과 맞물려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팔루디는 “백래시가 출간된 지 27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많은 여성들에게 회자되고 있다는건 결코 반가운 소식은 아니다”라며 “성평등을 향한 여성의 목소리는 점점 커졌지만 그에 따른 반격 역시 거듭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기록적인 수의 여성들이 거리로 나와 행진하고 페미니즘의 부흥이 일어나고 있지만, 동시에 세계에서는 우파 정권과 강력한 권력을 행사하는 남성 리더들이 등장하는 등 최악의 시기를 맞고 있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1970년대 미국 내 거대한 페미니즘 물결이 일어난 후 보수정권이 들어서자 사방에서 “여성에게 너무 많은 자유가 주어져 오히려 불행해졌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페미니즘을 침체시켰다고 회고했다. 이처럼 언론과 정부, 정치권에서 잘못된 사실을 근거로 한 반격이 백래시를 저술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자본주의가 페미니즘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역설했다. 팔루디는 “산업화 초기 여성 공장 노동자들이 터무니없이 낮은 임금에 대항하면서 최초의 여성운동이 태동했다. 여성을 가부장제에서 해방시킨 건 바로 산업 자본주의”라면서도 “하지만 더 많은 소비를 하는 게 미덕이라는 소비자본주의는 여성들의 연대를 가로막기도 했다”고 평가했다.
팔루디는 한국에서 태동하고 있는 페미니즘도 이러한 역사적 발자취를 기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오늘날 우리는 자본주의가 이끄는 사회에서 살고 있고 각 진영에서 조직화해 서서히 퍼져가는 백래시의 힘을 떨쳐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일각에서 나타나는 여성 혐오 현상에 똑같이 극단으로 맞서려는 움직임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팔루디는 “남녀가 진정한 화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서로를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함께 진실하게 논의를 나누고 서로를 다독일수록 더 힘있고 건강히 저항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