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은행 특판예금 상품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저금리 기조속에 은행으로 자금이 몰리는 상황에서 각종 대출규제로 예금 운용은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특정 직업군을 대상으로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신용 대출 상품들은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전문직, 금융인 등 고소득자 뿐 아니라 고객군의 세분화를 통한 특화상품 출시로 은행권이 틈새시장을 노리고 있다는 얘기다.
◇시중은행, 특판예금 출시 가뭄에 콩나듯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특판예·적금 상품을 대폭 줄이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1월 박인비 커리어그랜드슬램 기원 특판적금을 6개월 한시 판매했으나 올해는 특판상품을 출시하지 않았다. 우리은행은 작년 9건의 특판을 출시했지만 올해는 9월 현재 3건에 그치고 현재 시판중인 상품은 없다. 농협은행도 지난해 과거 출시됐던 상품의 개정판인 ‘더나은예금’을 판매한 이후 출시 실적이 전무하다. 신한은행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금리우대를 내건 예적금 상품 출시는 하지 않았다. 자사 골프대회 성적에 따라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KEB하나은행의 ‘나이스 샷 골프 적금’이 유일한 특판상품으로 남아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특판을 내놓지 않아도 예금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고 지금 유입되는 예금의 운용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은행의 브랜드 마케팅 등 매우 제한적으로 특판상품이 출시될 뿐 특판으로 예금을 유치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임형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그동안 은행권은 소호대출과 집단대출 등 틈새 시장으로 수익을 올려왔지만 가계, 기업대출 시장에 대한 제약이 강화되면서 당분간 예금 운용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정 직업군 한정 특판론 봇물
특판예·적금이 찾아보기 힘든 반면 시중은행들의 특판론 상품은 봇물을 이루고 있다. KB국민은행은 개인택시 사업자에게 최고 연 1.5%포인트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KB개인택시 행복대출’을, 병의원, 약국 등 요양기관을 대상으로 한 ‘KB메디칼론’과 현직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KB공무원우대대출’ 등을 판매 중이다.
KEB하나은행은 매월 특정 직업군을 대상으로하는 특판론을 판매하고 있으며, 현재는 최저금리 연 2.36%로 연소득에 따라 최대 1억5000만원, 최장 10년까지 연장이 가능한 철도산업 임직원 전용 신용대출 ‘행복 레일론’을 판매 중이다. NH농협은행은 지난달 국가유공자를 대상으로 별도의 담보제공없이 최저 2%의 금리로 최대 6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한 ‘NH나라사랑대출’을 내놨고, 신한은행은 어린이집, 유치원 원장, 교직원, 군인, 공무원, 의료인 포함 전문직 종사자 등을 대상으로 금리와 대출한도를 확대하는 우대대출을 제공하고 있다. 우리은행도 의료인, 공공기관 임직원 대상 우대대출을 판매 중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특정 고객군을 대상으로 하는 상품을 내놓을 경우 고객 저변 확대가 용이해지는 만큼 세분화된 고객 맞춤 마케팅 차원에서 특판론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