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공무원연금 외에 사학·군인연금까지 내년 중으로 개혁할 것처럼 보도가 됐는데, 오해가 있었다. 동시다발적으로 할 과제는 아니다.” (주호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
“힘들고 어렵게 공무원연금 협상을 하고 있는데 (정부가)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숙고하지 못한 얘기가 밖으로 나오느냐.”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
23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원내대책회의에서는 사학·군인연금이 주요 화두였다. 전날 정부의 ‘2015년 경제정책방향’ 발표 이후 연금 개혁이 대거 보도됐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는 ‘표심(票心)’과 직결되는 민감한 연금 문제를 두고 “오해”라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정부 관계자를) 문책해야 한다”는 등의 발언까지 나왔다.
◇與, 票 떨어지는 연금개혁 엇박자에 ‘문책론’도 거론
주요 정책을 총괄하는 주 정책위의장이 먼저 입을 뗐다. 그는 “(사학·군인연금 등이) 챙겨봐야 할 과제로 간단하게 올라갔다”면서 “오해가 있어 어제 청와대에서 정정했는데도 조간에 크게 나왔다”고 해명했다.
이에 이완구 원내대표는 다소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주 정책위의장에게 “(그 부분은) 확실하게 해달라”고 재차 당부했다. 이 원내대표는 여권 차원에서 추진 중인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한 대야(對野) 협상의 책임자다. ‘비선 논란’ 등으로 험한 정국에도 어렵사리 협상을 진행하는 당사자다. 그런 와중에 휘발성이 강한 또다른 연금 이슈가 터져나온 만큼 껄끄러워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더 나아가 오는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을 위한 군인·교사 등의 표심도 주요한 고려사항인 것으로 읽힌다. 이 원내대표는 “정부에 확실하고 엄중하게 얘기할 것”이라고 했다.
원내 협상의 최일선에 선 김재원 원내수석의 발언은 더 날이 섰다. 그는 정부를 향해 “용서받지 못할 일이다. 문책이 뒤따라야 한다”면서 “정말 여당이 정부 뒤치다꺼리하다가 골병이 들 지경”이라고 했다.
이같은 여당의 성토에 정부는 곧바로 해명했다. 정은보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에서 “사학·군인연금 개편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면서 “실무자간 구체적 논의없이 내용이 들어간 것 같다”고 했다. 전날 발표내용을 하루만에 뒤집은 것이다.
◇지난 10월에도 당정 엇박자‥“여권내 호흡 좋지않아”
연금 개혁을 둘러싼 당정간 엇박자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여권 차원의 공무원연금 개혁안 논의가 한창이던 지난 10월, 새누리당은 안전행정부가 가져온 개혁안을 반려했던 적이 있다. “정부안에서 감축되는 재정이 충분치 않다”는 이유였다.
당의 공무원연금 개혁을 주도하는 한 핵심관계자는 “당에서는 개혁에 드라이브를 걸고자 하는데, 정부에서 미적대는 게 상당하다”고 했다. 그만큼 연금 개혁은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고, 이 때문에 여권 내부의 호흡도 그리 좋지 않다는 얘기다.
이날 사학·군인연금 이슈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는 관측이 많다. 공무원연금을 넘어 다른 가시적인 개혁까지 이끌고자 하는 청와대·정부와 표심을 위한 ‘속도조절론’이 비등한 당 사이에 엇박자가 다시 반복됐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