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최근 전셋값 상승으로 전세자금대출이 급증하면서 가계부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셋값이 오르면 세입자가, 전셋값이 내리면 집 주인이 각각 부담을 진다는 차이가 있지만, 시스템적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은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5일 한국은행 11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금융통화위원들은 전세자금대출에 따른 ‘시스템적 리스크’ 발생 가능성을 우려했다. 주택담보대출의 담보인정비율(LTV)이 48.4%로 적정수준이지만, 전세금을 포함한 실질 LTV 비율은 75.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서다.
높은 전세가격이 가계부채 증가, 가계 부실화 등을 통해 부동산시장을 불안하게 만들고, 이는 실물경기 위축 및 금융시스템 불안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같은 분석은 세입자가 전세자금을 대출받아 오른 전세가격을 충당한 경우, 집 주인이 이를 주택담보대출금을 갚는데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데서 출발한다.
금통위원들은 “주택소유자의 금융부담을 세입자로 전가되면서 임대인-임차인 간에는 소득재분배가 발생할 수 있다”며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차주가 바뀌면서 대출자산의 질이 변하거나 금융상품 간 자금이동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전세자금이 과거에는 저소득층의 재산형성을 도왔지만, 이제는 부채를 증가시키고 있다”며 “전세가격 상승 및 이에 따른 전세자금대출 급증이 시스템적 리스크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이유로 한국금융연구원은 및 서울대 금융경제연구원은 향후 전세 상승세가 하락세로 반전하게 될 경우, 집 주인의 전세금 반환부담이 가계부실을 빠르게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 기관이 내놓은 ‘전월세시장구조 변화와 가계부실 가능성’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자금 대출자 중 80% 가량이 1~5등급에 분포돼 있었다. 또 급여소득자가 70% 내외로 높은 수준이었으며, 금융자산이나 실물자산을 많이 가진 고소득 계층의 비중도 큰 것으로 조사됐다.
집을 살 여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가의 전세로 거주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다시 말해 나중에 전세가격이 하락했을 때는 집 주인의 주택담보대출이 더 큰 문제가 될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김영식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전세자금대출 증가가 주택담보대출 증가를 억제한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향후 전세금이 하락세로 돌아설 경우 집 주인의 주택담보대출의 연체율이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