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청와대는 10일 남북당국회담과 관련, 양측 수석대표의 격이 맞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이 이번 회담의 수석대표로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을 내보내지 않으려는 움직임에 대해 지적한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국회담이라고 하면, 중요한 것은 서로가 서로를 존중할 수 있는 격부터 맞춰야 신뢰가 싹트는 것”이라며 “격이 맞지 않으면 시작부터 상호신뢰를 하기가 다소 어려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격을 맞추는 것은 서로간에 회담에 임하면서 지켜야 할 기본적인 자세가 아닐까 싶다”며 “이런 부분에는 정말 국제 스탠더드가 적용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예를 들어 북한이 워싱턴에 가서 누군가를 만날 때, 중국에 가서 협상을 할 때 하는 것이 국제적인 스탠더드”라면서 “그런데 우리와의 협상에서 격을 무시한다거나 격을 깨는 것은 신뢰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류길재 통일부 장관의 카운터파트로 김양건 통전부장이 회담에 나올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당 국가 체제인 북한은 노동당 대남담당 비서를 겸하는 통전부장을 우리의 장관급보다 더 높은 부총리급으로 인식하고 있다. 전일 실무접촉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같은 이유 때문에 2000년 이후 2007년까지 총 21차례에 걸친 남북 장관급 회담에서도 우리는 통일부 장관이 수석대표로 참석한 데 비해 북측은 내각 책임참사가 나섰다. 내각 책임참사 자리는 장관급으로 볼 수는 있지만 그동안 장관급 회담에 나선 전금진, 김령성, 권호웅 등은 장관급으로 보기에는 비중이 떨어진다는 게 우리 정부의 평가였다.
김양건 통전부장이 수석대표로 나오지 않을 경우 원동연 통일전선부 부부장, 맹경일·전종수·강지영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 부국장 등을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청와대가 당국자의 격 문제를 언급한 만큼, 북한이 김양건을 보내지 않을 경우 우리 정부가 당초 계획대로 류 장관을 수석대표로 내세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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