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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은 사고 관할인 서울용산경찰서에 대한 감찰에 착수한 데 이어 이날은 서울경찰청, 용산경찰서 등을 압수수색하고 용산경찰서장을 대기발령 조치했다. 또 다른 30대 경찰관 C씨는 “현장업무는 가중되는데 윗선에서는 현장 질책만 하고 있다”며 “블라인드 내부망 같은 것을 보면 ‘탈경(탈경찰)’ 희망자가 많다”고 했다. 이어 “나도 마음이라도 편하게 일을 내려놓고 싶다”고 했다.
일선 경찰들은 참사의 화살이 경찰에만 쏠리고 있다고 보고 있다. 40대 경찰관 D씨는 “코로나19가 풀렸고 외부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면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이라 예상 가능한데, 오히려 용산구청하고 서울시 차원에서 아무 대책이 없었다는 게 문제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서울시민의 투표로 선택을 받은 서울시장과 용산구청장에 책임을 물어야 할 문제이지, 파출소 직원들을 상대로 감찰에 들어가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20대 경찰관 E씨는 “현장에서 뛰는 경찰이지만 사실 어느 누가 그 골목에서 참사가 일어날 것이라 생각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경찰 내부 인트라망에선 격한 표현의 반발도 터져나오고 있다. 특히 윤희근 청장을 향한 원성이 높았다. 한 작성자는 “현잘 출동나가고 정신 없었을 경찰관들에 고강도 감찰?”이라며 “경찰만능주의에서 탈피하겠다더니 ‘경찰 무한책임’을 공표했다”고 비꼬았다. 다른 이는 “취임사에서 ‘우린 슈퍼맨이 아니다’라고 하셨잖느냐, 현장근무자는 슈퍼맨이 아니다”라며 “현장에 책임 전가하지 말라”고 일갈했다.
현장 출동한 경찰들을 위로하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글쓴이는 “참사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에 응원의 힘을 보내야 한다”며 “트라우마에 시달릴텐데, 어떻게든 도울 방법에 대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했다. 다른 이도 “용산서 직원들도 피해자들 못지 않게 사람으로서 정신적, 육체적 충격이 클텐데 왜 그들이 감찰 조사를 받아야 하는지… 정말 마음이 아프다”고 썼다.
한편 경찰청은 이태원 참사 감찰을 둘러싼 일선 경찰들의 반발을 진화하려는 모습이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날 “파출소 직원을 표적 감찰하지 말라”는 민관기 경찰직장협의회 위원장의 요구에 수용 의사를 밝혔다고 직협 측이 전했다. 감사관실도 경찰 내부망에 글을 올려 “감찰은 (현장 경찰뿐 아니라) 상·하급 기관과 지위고하를 막론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