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숙여 애도"…71년만에 제주4.3에 입장 밝힌 경찰청장

조해영 기자I 2019.04.03 11:47:51

제주4·3 71주년 추념식, 서울 광화문광장서 열려
민갑룡 청장·박원순 시장·이용선 시민사회수석 등 참석
국방부도 공식 입장 내고 "유감과 애도 표한다" 밝혀

3일 오전 서울광장에서 제주4·3 제71주년을 맞아 열린 ‘4370+1 봄이 왐수다’ 추념식에서 민갑룡 경찰청장이 헌화한 뒤 묵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조해영 기자] “무고하게 희생된 모든 분들의 영전에 머리 숙여 애도의 뜻을 표합니다”

경찰이 제주4·3에 대해 71년 만에 공식적으로 유감의 뜻을 표명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3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주4·3 71주년 추념식 ‘4370+1 봄이 왐수다’에 참석해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역사를 성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제주4·3은 1947년 삼일절에 분단을 막기 위한 주민이 벌인 시위를 군경이 무력 탄압하며 제주도민 3만여 명이 희생된 사건이다. 한국현대사에서 한국전쟁 다음으로 많은 인명피해를 냈다.

민 청장은 이날 행사에 앞서 오전 10시 50분쯤 도착해 방명록을 작성했다. 민 청장은 방명록을 통해 “4·3에 무고하게 희생된 모든 분들의 영전에 머리 숙여 애도의 뜻을 표하며 비극적 역사의 상처가 진실에 따라 치유되고 화해와 상생의 희망이 반성에 따라 돋아나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이어 민 청장은 “이를 위해 헌신하는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리며 경찰도 이에 동참해 지난 역사를 더욱 깊이 성찰하며 오로지 국민을 위한 민주·인권·민생 경찰이 되겠다”고 덧붙였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추념사에서 “이념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국가 폭력으로 당시 제주 인구의 10분의 1에 달하는 3만 명이 희생됐다”라며 “오직 살아남기 위해 부모, 형제, 자식의 이름마저 기억에서 지워야 했던 시대의 아픔”이라고 말했다.

또 박 시장은 “4·3은 제주만의 상처가 아니라 국가폭력에 맞서 싸운 우리 모두의 기억”이라며 “억울함을 풀고 명예회복을 하는 일이야말로 화해와 상생, 평화와 인권으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원섭 재경 제주4·3유족청년회장은 “진정한 해방조국을 꿈꿨던 봄날의 항쟁은 처절한 학살로 막을 내릴 수밖에 없었지만, 올해 광장 위에도 4·3을 기억하는 꽃이 필 것”이라며 “많은 분들이 찾아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국방부 역시 71년 만에 처음으로 애도의 뜻을 표명했다. 국방부는 공식 입장을 통해 “제주4·3특별법의 정신을 존중하며 진압 과정에서 제주도민들이 희생된 것에 대해 유감과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민갑룡 경찰청장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4·3 추념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조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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