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일중 기자]“아파트 특별공급 대상이 아니면서도 직위를 이용해 불법으로 분양받고, 민간인 굴삭기가 침수되는 1급 사고가 났음에도 감추기 급급했다”
수년간 묻혔던 한국가스공사 일부 직원의 도덕적 해이가 국민권익위원회 신고를 통해 드러났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일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한국가스공사를 대상으로 통보한 행동강령 위반사실 문서를 받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가스공사 본부장 A씨는 2013년 5월경 대구혁신도시 내 2억 5000만원 상당의 서한이다음아파트를 불법으로 분양받았다.
‘주택특별공급 확인서’ 발급 대상이 아니었던 A씨는 상급자의 직위를 직접 이용해 직원에게 확인서 발급을 강요해 분양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가스공사는 본래 외국에 파견된 직원이 주재국에 납부해야할 세액이 국내 세액을 현저히 초과하는 경우 초과분을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데 이를 위반한 사실도 드러났다.
가스공사는 국내세액 초과분이 없는 면세국인 두바이 주재 직원들에게 2014년부터 2015년까지 9억 3869만원의 세액을 지원해 공사에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
이에 대해 권칠승 의원은 “가스공사가 2011년부터 지원한 금액이 약 72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처장인 B씨는 2017년 11월 민간 감리업체로 취업하려던 가스공사 퇴직자로부터 허위경력이 작성된 확인서를 날인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부하 직원에게 처리하도록 지시했다.
권익위는 ‘허위문서 발급 및 행사’ 의혹이 있다며 경찰청에도 이 사실을 통보했다.
예산을 엉뚱하게 사용한 부분도 드러났다.
가스공사는 전산 소모품 구입예산을 집행할 때 공사의 자산, 비품, 공구 등의 수선 및 운영 목적으로 사용했어야 함에도 이를 어겼다.
가스공사는 ‘창립 30주년 기념품 구입 및 전 직원 지급’이라는 노동조합과의 합의내용을 이행한다며 테블릿 PC, 블루투스 등을 구입해 전 직원에게 배포하는데 전산 소모품 구입예산 5억 4842만원을 사용했다.
사고를 축소한 경우도 있었다.
가스공사 통영기지본부는 2014년 10월 발생한 드레이 피트 굴삭기 침수사건을 축소하고 사고처리 결과 보고서를 전산망에서 삭제했다.
또한 계통설비 오조작으로 사고를 유발한 직원 5명에 대해 통영기지본부가 징계심의 및 의결을 할 수 없음에도 사업소 내 인사위원회를 열어 경고, 주의 조치를 내려 나중에 본사가 감사로 인한 징계 등의 조치를 할 수 없도록 했다.
게다가 본사 심의회 심의·의결 없이 본부장의 지시로 굴삭기 침수 피해자에게 1625만원을 지급했다.
가스공사의 행동강령신고책임관은 통영기지본부의 이런 부당한 업무처리에 대한 신고를 2015∼2016년 세 차례나 받고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권익위는 조사 결과를 가스공사 감독기관인 산업통상자원부에 통보하고 관계자 징계, 환수 등 필요한 조치를 하라고 요구했다.
권칠승 의원은 “아직 드러나지 않은 내부비리가 더 있을 것”이라며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가스공사의 비리를 낱낱이 밝히겠다”고 말했다.
한편 가스공사는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통보받은 행동강령 위반 사실의 대부분은 이미 조사 또는 징계조치가 완료됐다”고 밝혔다.
가스공사는 아파트를 불법으로 분양받은 A씨에 대해서는 형사고발 및 직위해제했으며 두바이 주재 임직원에 대한 세액 지원과 관련해서는 담당자에게 감봉 등의 조치를 하고 2014~2015년 지원 부분에 대한 부당이득금 반환청구 소송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권익위에서 추가로 통보한 사항은 철저한 조사를 통해 조치할 것”이라며 “비리근절 및 청렴문화 조성을 위해 마련한 청렴감사관, 공익신고센터, 기동감찰단 등 종합대책을 바탕으로 재발방지 및 깨끗한 조직문화 확립에 힘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