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감독 강화에 발목 잡힌 ‘테러방지법’

선상원 기자I 2015.12.10 11:43:39

야당, 정보위에 의원 보좌 정보감독지원관실 신설
여당, 정보위와 당 입장 엇갈려, 국회법 개정 사안

[이데일리 선상원 기자] 테러방지법 제정이 12월 임시국회로 미뤄졌다. 그동안 국회 정보위원회는 테러방지법에 대한 논의를 벌여 여야간 쟁점에 대한 절충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야당이 요구하는 국가정보원에 대한 국회 감독권 강화에 대해 정부여당이 방침을 정하지 못하고 야당 내부에서 국정원 권한 강화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나오면서 법안 처리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현재 정보위 법안심사소위는 여당 의원들이 발의한 테러방지 관련 법안을 병합 심의한 끝에 위원회 대안을 잠정 도출했다. 여야간 핵심 쟁점이었던 테러 대응 컨트롤타워는 국정원장이 아닌 국무총리가 국가테러대책위원장으로 실질적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도록 했다. 또 국정원내 대테러센터의 권한이 막중하다는 지적을 수용해 대테러센터를 각 관계기관에 분산시켰다.

국정원은 정보수집 및 분석업무를 전담하고, 관계 기관에 각각 전담기구를 둬서 국정원과 관계기관의 전담기구들이 상호 협조하는 체제를 구축하도록 했다. 테러와 관련한 국정원의 정보 수집 권한도 ‘유엔이 지정한 테러단체’로 한정했다.

국정원장이 군 병력 동원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한 조항도 삭제하고 테러 신고자를 보호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사이버테러방지법’으로 통칭되는 4건의 법안도 위원회안으로 절충했다. 사이버테러방지법은 국정원장을 의장으로 하는 국가사이버안전전략회의 신설 조항을 삭제했다.

정보위 여당 간사인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은 “법안을 새로 만들었다. 위원회 대안으로 법안심사해서 다 만들었다. 금융정보분석원(FIU)법도 개정하는 걸로 했다. 의견 접근을 했는데 야당이 법안을 새로 만들겠다고 기다리라고 한다”고 말했다.

◇야당, 정보위 논의와 별개로 테러방지법 발의 준비 = 야당은 국가정보원 중심의 정보관리체제를 배제하고 정보관리 과정의 업무를 보조하는 형태의 테러방지법을 준비중이다. 정보위 야당 간사인 신경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7일 ‘테러방지법과 사이버테러방지법,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긴급 세미나를 열어 시민사회단체와 변호사 단체의 의견을 수렴했다.

야당이 테러방지법을 제출한다고 해도 정보위서 논의했던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정보위 소속 야당 의원들이 제기하고 있는 국정원에 대한 국회 감독 강화 방안이다. 정보위 법안심사소위 위원인 문병호 새정치연합 의원은 지난 10월 국정원의 민간인 해킹의혹을 계기로 국회의 미약한 통제력이 문제되자 정보위에 정보감독지원관실을 설치해 정보위원들의 감독활동을 지원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정보감독지원관실에 실장 1명과 3-4명의 정보감독지원관(전문위원)을 둬 정보위원들의 조사, 감사 사항에 대한 결과보고서를 작성, 제출하도록 해 국정원에 대한 국회의 통제력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금도 정보위에 전문위원이 있기는 하지만 국정원의 직무 중 하나인 정보 및 보안업무의 기획·조정이나 국정원 예산안, 결산심사 업무만 제한적으로 하고 있다.

국정원의 국외 정보 및 국내 보안정보 수집과 작성, 배포, 국가 기밀에 속하는 문서·자재·시설 및 지역에 대한 보안 업무, 형법상 내란죄·외환죄, 군형법상 반란죄, 국가보안법에 규정된 죄에 대한 수사, 국정원 직원의 직무와 관련된 범죄 수사 등 국정원의 본질적 업무는 방치돼 있는 실정이다.

문 의원은 “정보위 의정활동이라는 것이 보좌기능이 하나도 없다. 의원 혼자서 회의 당일날 국정원 보고 자료도 봐야 하고 예산도 봐야한다. 전문위원이 1명 있기는 한데 의원들 지시도 받지 않고 지원기능도 없다”며 “의원 3명당 전문위원 1명씩 총 4명을 두면 국정원에 대한 감독을 강화할 수 있다. (테러방지법 제정으로) 국정원 권한이 커지는데, 지금처럼 깜깜이 감독을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강조했다.

◇여당 정보감독지원관실 신설 수용시 임시회서 처리될 수도 = 정부여당은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정보위 소속 여당 의원들은 정보감독지원관실 신설에 대해 전향적이다. 다만 새누리당 방침이 서 있지 않다. 국회법 개정 사안이기 때문에, 당 지도부 차원에서 결정해야 하는데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전문위원 두는 것은 (당내) 협의가 끝난 것은 아니다. 정보위원장은 그렇게 하자고 했다. 테러방지법이 중요하니까 정보위 여당 의원들도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국회법 개정 사항이라 국회 운영위원회서 해야 한다. 당 차원에서 해야 한다”며 유보적인 반응을 보였다.

야당은 정보감독지원관실 신설은 최소한 요구로 정부여당이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테러방지법 제정도 없다는 태도다. 문 의원은 “당내 의견도 하나로 모아지지 않고 있는데, 새누리당에서 아직 명쾌하게 답을 안 주고 있다. 그것이 안 되면 얘기할 수 없다. 정부여당이 국회의 감독권 강화를 수용하면 법안심사에 들어가 임시국회서 처리할 수 있다”고 했다.

정세균 새정치연합 의원은 9일 성명을 통해 “테러방지법 내용대로라면 국정원은 테러가 의심이 된다는 이유만으로 출입국·금융거래 및 통신이용 등 관련 정보를 수집, 조사할 수 있게 되고 테러경보를 발령할 수 있다. 과연 이런 막강한 권한을 국정원에게 주는 것이 합당하냐”며 “우리나라도 테러에 대한 대비책과 관련 법률이 있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지만 국정원의 일탈행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여당과 국정원은 국정원 개혁특위 당시의 약속을 우선 지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 2013년 국정원개혁특위는 국회 정보위원회의 전임상임위화, 국회의 국정원예산 통제권 강화 등에 합의했지만 정부여당의 미온적 태도로 이행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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