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29일 중견기업 대표단 초청 오찬에서 ‘성장 사다리’ 구축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피력하고,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중견기업의 선도적 역할을 당부했다.
중견기업인들은 중견기업 육성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요청하면서 규제 완화, 세금 공제 등을 언급했다. 또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통해 창조경제 구현에 기여하겠다고 약속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 경제계에서 허리 역할을 담당하는 중견기업 대표단과 함께 성장사다리 구축에 필요한 애로 및 건의사항, 그리고 창조경제 구현을 위한 중견기업의 역할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간담회는 1부 중견기업 성장 애로 및 건의, 2부 창조경제와 중견기업의 역할로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 규제완화
중견기업인들은 정부가 중견기업에 대한 지원을 늘려주고 규제를 완화해줄 것을 요구했다. 특히 대기업을 규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정책이 중견기업을 옥죄는 현상에 대해 지적했다.
한 참석자는 “가업상속 공제 대상을 매출액 1조원 미만 기업까지 확대하여 보다 많은 중견기업들이 실질적인 지원을 받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모 기업 회장은 “금년부터 시행된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과세 대상에 중소?중견기업까지 포함돼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며 “‘부의 편법증여 차단’이라는 일감몰아주기 과세 본래 취지에 맞게 적용대상을 일정 규모 이상의 대기업으로 한정하고, 업종 및 거래 유형에 따라 적용 예외를 폭넓게 인정하는 방향으로 개선할 필요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필요한 지원을 정부가 할 수 있으면 한다. 규제도 다 풀 수 있는 건 푼다. 왜냐하면 세계적인 글로벌 전문기업으로 키우기 위해서’ 그런 발상을 해 봤으면 하는 생각을 해봤다”고 답했다.
또 “가업을 이어가면서 고용을 계속 확대해 나간다는 점에 우리가 평가기준을 둬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대기업 이런 쪽은 이야기가 다르지만, 중견기업일 경우에 얼마만큼 고용창출 능력이 있고, 고용창출에 얼마만큼 기여를 하느냐를 하나의 좋은 평가 기준으로 삼아서 그것에 대해 인센티브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기업을 규제하는 정책으로 인해 중견기업이 피해를 보는 상황에 대해선 “억울하게 당하는 것은 반드시 바로 잡아야 되지만 이렇게 건설적으로 하는 일까지 손해를 입어서는 안된다”며 “옥석을 가리고 엉뚱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가 있어야 된다”고 지적했다.
◇ 인재육성
중견기업인들은 대기업에 비해 인재를 확보하기 어려운 현실을 설명하면서 중견기업의 인력 문제 해소를 위해 정부가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한 기업인은 “중견기업의 연구개발(R&D) 역량을 강화시켜 글로벌 전문기업으로 육성시키기 위해서는 능력있는 전문 연구 인력의 안정적 공급이 절실하다”며 “전문연구요원제도의 중견기업 배정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참석자는 “중견기업이야말로 청년들이 요구하는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고 청년실업 문제 해결의 열쇠”라며 “고용정책 대상을 중견기업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 중견기업인은 “민간기업의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 확대를 장려ㆍ보조하고, 장기간 경력이 단절됐던 여성이 다시 사회활동에 복귀하고자 할 때 필요한 교육을 (정부가) 제공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해보려는 의지는 있는데 인력이 없어서 안 된다면 이것은 너무나 기업으로나 국가적으로나 큰 손해”라며 “이런 것이 해결이 돼야 우리가 목표로 하는 고용률 70% 달성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특히 “여성인력이 이런 중견기업에 와가지고 기술 요원으로 여러 가지로 활동을 하게 되면 부족한 인력난도 해소되고 여성이 많이 참여해서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경력단절을 겪고 있는 여성이나 또는 새로 시작하려는데 훈련이나 교육이 필요한 여성들은 우리가 적극적으로 방법을 만들어서 중견기업에 들어갈 수 있을지 그런 것에 대해서 연구를 해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 창조경제
중견기업 대표단은 창조경제 구현에 기여하기 위해서도 정부의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피력했다. 규제 완화와 더불어 해외시장 진출과 R&D 활동에 대한 지원도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기업인은 “해외시장 개척은 중소·중견기업 모두 낯설고 어려운 문제이므로, 기업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갖춰질 때까지 정부가 현지정보 및 법률, 특허, 인력 채용 등에 대한 종합적인 지원을 계속해 주길 건의한다”며 중견기업 맞춤형 정책을 주문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대학ㆍ연구기관 등에 분산돼 있는 R&D 결과가 중소ㆍ중견기업의 기술개발 혁신활동에 빠르고 쉽게 활용될 수 있도록 지원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 기업 경영자는 “기업인들의 도전의식과 개인이나 기업이나 규제가 적은 자유로운 상태에서 모험적 발상과 창의가 나온다”며 “도전적 기업활동과 과감한 투자를 통해서 창조경제에 앞장설 수 있도록 정부가 노력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박 대통령은 전일 대기업 회장단 오찬간담회에서도 언급했던 ‘창조경제타운’ 사이트 개설 계획을 설명하고 “그 사이트는 중견기업 여러분께서 가장 많이 활용하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견기업에 대해서는 무언가 새로운 차원의 발전 방안이 종합적으로 나올 필요가 있다고 생각을 한다”고 밝혔다.
◇ 성장사다리
박 대통령은 중소-중견-대기업으로 연결되는 성장사다리를 활성화하기 위해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는 중견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중견기업 성장사다리 구축 방안이 발표되기 전에 중견기업연합회의 의견을 들어서 실질적으로 중견기업에 좋은 지원 방안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어떻게하면 우리나라의 중견기업이 글로벌 전문기업 또 히든 챔피언으로 뻗어나갈 수 있겠는가”라며 “거기에 필요한 모든 지원에 대해 다시 한 번 리스트를 만들어 중견기업연합회와 의논해 틀을 짜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 자리를 함께 하신 관계부처 장관들께서도 논의된 내용들을 꼼꼼히 검토하셔서 중견기업 성장사다리 구축 방안에 잘 반영해 주시길 바란다”고 지시했다.
이에 대해 한 참석자는 “최근 정부가 R&D 투자 세액공제 혜택을 초기 중견기업에게도 확대하고 있지만, 업계의 현실과 기대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R&D 투자 세액공제 적용 대상을 최소 매출 1조원 이상으로 확대하고, 공제비율도 중소기업과 유사한 수준까지는 올려주기를 건의 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사회를 맡은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은 간담회가 열린 충무실이 지난 5월 중소기업인 만찬이 열린 영빈관보다는 작고, 전일 대기업 회장단 오찬이 열린 인왕실보다는 크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이것이 우리 경제계 큰 사다리를 상징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