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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그룹 SF9(에스에프나인)의 팬인 지윤은 꼭 갖고 싶어하던 SF9 멤버 휘영의 굿즈(goods·기획 상품)를 얻게 되고 뿌듯한 마음에 다음날 이것을 갖고 학교에 등교한다. 이를 우연히 본 반 친구 유진은 지윤에게 “뭐야. 지윤이 휘영 팬이었어? 굿즈 샀구나”. 그러자 다른 친구들도 지윤의 굿즈를 구경하기 위해 몰려든다. 그러더니 다른 한 친구가 이렇게 외친다. “지윤이 (__) 했네”>
1)덕밍아웃 2)커밍아웃 3)포밍아웃 4)에밍아웃
정답은 1번 ‘덕밍아웃’이다.
덕밍아웃은 국어사전에 등재된 단어다. 국어사전은 이 단어를 “자신이 특정한 분야에 몹시 열중하는 사람임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일. ⇒규범 표기는 미확정이다.”라고 풀이한다.
우선 덕밍아웃은 ‘어떤 한 분야에 열중하는 사람’을 이르는 일본어 오타쿠(御宅·おたく)의 우리식 표현인 ‘오덕후’와 자신의 동성애 정체성을 외부에 공개하는 ‘커밍아웃(coming out)’이 합쳐 탄생한 신조어다. 즉 자신의 (오)덕후 성향을 주위에 공개하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주로 남들과는 다른 문화나 취미에 과한 몰입을 하는 즉 주류 문화가 아닌 서브 컬처(하위 문화) 관련 취향을 주변인들에게 공개하는 일이기 때문에 적잖은 용기를 필요로 하기도 한다. 애초 과거 오타쿠 문화에 대한 편견과 오해가 있는 상황에서 이를 공개적으로 드러냄으로써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인식을 감수하고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동성애자가 자신의 성적 취향을 솔직히 고백하는 것을 뜻하는 커밍아웃에서 ‘커’를 빼고 덕후의 ‘덕’을 붙이면서 만들어졌다.
덕밍아웃은 본인의 의지로 할 수도 있고 혹은 실수나 타인에 의해 강제로 당하는 경우도 있다. 서브 컬처 취향을 처음부터 알리고 다녔다면 덕밍아웃에 해당하지는 않고 숨덕(숨어서, 어떤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덕질’을 하는 사람)으로 지내다 어느날 자신의 취향을 널리 알리고 숨덕 행위를 중단할 때 덕밍아웃을 했다고 한다. 줄여서 덕밍이라고도 한다. 비슷한 말로는 ‘일코 해제’라는 것도 있다. 일코는 일반인 코스프레를 뜻하는 말로, 일상생활에서 특정한 스타의 팬임을 적극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감추는 팬들을 이르는 말이다. ‘일코 해제’는 일반인 코스프레를 해제하고 자신이 해당 팬의 덕후임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행위를 말한다.
일종의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 형태로 널리 통용되며, 스타들의 덕밍아웃은 자신의 취향을 알리는 동시에 대중적 인지도가 높지 않은 다양한 콘텐츠들을 팬들에게 소개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몇 년 전에는 아이돌 팬들이 자신의 덕질을 공개하는 동명의 웹 예능이 방영되기도 했다.
덕밍아웃에서 용례는 무한 확장돼 ‘밍아웃’을 붙여 창의적인 신조어 작명들도 이어지고 있다. 가령 ‘8밍아웃’은 어떤 특정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팔로어(follower·추종자)임을, ‘9밍아웃’은 토익 점수 900점을 넘겼음을, ‘털밍아웃’은 ‘몸에 털이 많음’을 공개하는 것이다.
지난달 KBS 2TV 예능 ‘신상출시 편스토랑’에서 배우 류수영은 자신의 아내 배우 박하선의 덕질을 외조하는 모습으로 ‘스위트 가이(Sweet guy.다정한 사람)’의 정석을 보여 주며 화제를 모았다. 그는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 진의 팬인 아내를 위해 진의 얼굴이 새겨진 음료를 맛별로 장바구니에 담으며 “자꾸 얘기하지 말랬는데 (하선이가) J로 시작하는 분 좋아해요”라고 말하며 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