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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일본 도쿄 세타가야 주택가의 슈퍼마켓 ‘라이프 사쿠라신마치점’에서 파트타임으로 근무하는 유키 하야시(가명·42)씨는 개점을 준비하는 시간대인 오전 8시 30분부터 9시 30분까지 1시간만 일하고 퇴근했다. 연소득 조정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는 “절대로 손해를 보고 싶지는 않아서 연소득이 100만 엔을 넘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야시씨가 언급한 손해는 연소득이 100만엔을 초과했을 때 부과되는 세금을 뜻한다. 일본에선 연소득이 100만엔 또는 103만엔을 초과할 경우 각각 주민세와 소득세가 발생한다. 이 때문에 연소득이 104만엔인 경우 102만엔을 번 사람보다 실질적으로는 손해다.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연소득 125만엔을 넘겨야 한다. 일을 더해야 한다는 얘기다.
또 연소득이 103만엔을 초과하면 배우자 세금공제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기업도 배우자 수당 지급 기준을 연소득 103만엔으로 정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100만엔의 벽’, ‘103만엔의 벽’이라는 용어가 생겨났다. 기준을 충족하면 건강보험료와 연금보험료 등 사회보험료 역시 내지 않아도 된다.
이에 따라 주부, 학생, 프리터족 등 파트타임 근로자 대부분이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근무 시간을 줄이고 있다. 연소득을 100만엔 혹은 103만엔 이하로 유지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인력난이 심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슈퍼마켓이나 외식 업종에서는 파트타임 근무자 비중이 70%를 웃돌기 때문에 더욱 심각한 상황이라고 니혼게이자이는 설명했다. 또 지난 10월 기준 비정규직 종업원이 부족한 기업 비율은 음식점이 64.3%로 가장 높았다. 슈퍼마켓 등 각종 소매 업체도 48.9%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앞선 사례의 라이프 사쿠라신마치점은 인력 확보를 위해 시급을 인상했다가 오히려 역효과만 낳았다. 기존에 근무하던 파트타임 근로자 150명 가운데 3분의 1이 근무 시간을 줄였기 때문이다. 다음 달 출근할 수 없다는 직원까지 나왔다. 시급이 오르면서 연소득이 100만엔 또는 103만엔에 도달하는 시점이 더 빨라진 것이다.
스기 히데히코 부지점장은 “가을 이후 ‘연소득 벽’이 보이기 시작하면 일할 사람이 부족해진다. 활기찬 매장을 유지할 수가 없다”며 “어쩔 수 없이 초단기 일시(스팟) 근로자들이 교대 근무하는 방식으로 채우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저 임금마저 인상되면 인력 부족은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파트타임 근로자들 역시 더 벌 수 있는데도 세금 때문에 소득이 제한되는 것이어서 의욕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 경제 전체적으로도 103만엔의 벽이 소비 진작에는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학생인 경우 연소득이 103만엔을 초과하면 학부모의 부담이 증가한다. 부모의 소득에서 일정 금액을 공제해 세금 부담을 줄이는 ‘특정 부양공제’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대학교 4학년에 재학중인 나카네 나나미(22)씨는 “내년 봄 독립을 준비하기 위해 20만~30만엔을 벌고 싶지만, 11월에는 2만~2.5만엔밖에 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에 정치권에서도 오래 전부터 비과세 상한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최근 자민당, 공명당, 국민민주당은 소득세가 부과 및 대학생 특정 부양공제 연소득 기준을 높이기로 합의했다. 연소득 178만엔을 목표로 내년부터 인상하겠다는 방침이다.
사회보험료 역시 부담을 줄여 근로 시간·의욕을 고취시키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지만, 이는 노사 절반 부담이 원칙이어서 개선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니혼게이자이는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