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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이날 저녁에 참석한 최고위원·중진은 모두 친윤계로 분류되는 인물들이다. 여당 지도부 안에서도 한 대표나 친한계로 꼽히는 김종혁·장동혁·진종오 최고위원은 이날 만찬 관련 연락을 한 명도 받지 못했다.
◇친한계 ‘韓과 만찬 미루더니 친윤계와는 회동’ 부글
친한계는 만찬 시점과 보도 시점 모두 불편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원래 지난달 30일 한 대표 등 여당 지도부를 관저에 초청해 만찬을 함께하려 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만찬 이틀 전 ‘추석 민심’을 듣는 게 우선이라며 돌연 만찬을 추석 이후로 미루자고 당에 요청했다. 당시 한 대표는 의대 증원 속도를 두고 대통령실에 이견을 내던 상황이어서 대통령실의 불편한 감정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추석 연휴 등을 윤 대통령이 한 대표를 관저에 초청하는 건 일러야 이달 말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친윤계 인사들만 관저에서 만난 것을 친한계로선 곱게 보긴 어렵다. 김종혁 최고위원은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좋게 해석한다면 대통령실에서 다양하게 의견 청취를 하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고 조금 삐딱하게 본다면 ‘추석 이전에 (지도부 만찬)하는 것을 추석 이후로 옮겨놓고서 (이번 만찬은) 추석 이전에 왜 하는 거야’라는 식으로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에선 친한계가 배제된 만찬이 바로 다음 날 아침 보도된 걸 두고 ‘한동훈 골탕먹이기’를 위해 누군가 언론에 흘린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한 대표는 이날 윤상현 의원이 주최한 행사에서 만찬에 관한 질문을 받고 “모르는 내용이라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이 없다”고만 답했다. ‘한동훈 패싱’이나 추후 윤 대통령과의 만찬 일정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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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대통령실은 이번 만찬에 대한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모양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친한계를 빼고 초청했다는 건 맞지 않는다”며 “계파를 의식해서 초청한 건 당연히 아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일일이 공개하지 않아서 그렇지 대통령과 정치인·단체장들과의 만남은 그동안에도 자주 이뤄져 왔다”고 했다.
올 7월 한동훈 지도부가 출범한 이후 당정 갈등은 돌출됐다가 소강됐다가 또다시 튀어나오기를 반복했다. 한 대표 선출 직후 불거진 당직 인석 갈등은 윤 대통령과 한 대표 간 회동으로 풀었지만 지난달부터는 의대 증원 문제가 당정 간 틈을 벌리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당정관계에 관한 질문을 받고 “당정 간엔 전혀 문제가 없고 다양한 현안에 관련해서 다양한 의견 나오는 게 자유민주주의 아니겠느냐고 생각한다고 답했지만 한 대표 이름을 한 번도 언급하지 않으면서 불편한 감정이 드러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대통령실이 한 대표가 제안한 여야의정(與野醫政) 협의체를 수용하면서 풀리는 듯했던 당정 관계 앞에 이번엔 만찬 논란이 튀어나왔다.
한 여권 관계자는 “우리가 서로 갈등하거나 싸워선 안 된다”면서도 “만찬의 모양새가 이상하긴 하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