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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유엔 관계자는 최근 한 팔레스타인 남성 무리가 가자지구 중심부에 있는 유엔 구호창고를 공격해 내부에 보관된 구호품을 수색할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식량과 연료, 의약품에는 관심이 없었으며, 구호품 속에 숨겨 들여온 밀수 담배만을 원했다.
이 관계자는 “가자지구에서 구호품 전달에 있어 새로운 장애물이 발생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가자지구 내에서 높은 담배 가격 탓에 담배 밀수가 성행하면서 인도주의적 구호품 전달을 늦추게 해 법과 질서의 붕괴가 심화하고 있다고 WSJ은 지적했다.
전쟁 발발 후에도 이집트와 가자지구 사이 라파 국경을 통해 담배가 은밀히 반입되기도 했지만, 이스라엘군이 지난달부터 라파 국경을 장악하면서 가자지구 내 담배 반입이 전면 차단됐다.
고립된 가자지구에서 담배는 1개비 25달러(약 3만5000원)에 팔리고 있어 한 갑이라도 손에 넣으면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유엔 관계자는 “담배는 가자지구에서 새로운 금과 같은 존재가 됐다”고 말했다.
담배 밀수에 정통한 한 팔레스타인인은 “밀수꾼들이 속이 빈 수박에 한두 갑을 집어넣거나 합법적인 물품이 담긴 가방이나 상자에 담배를 넣기도 한다”며 “이스라엘 측에서 일부 선별된 상자에 대해 철저한 검사를 하지만, 모든 상자를 대상으로 검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기아와 영양실조가 만연한 가자지구에서 밀수 담배 탓에 구호품 배분이 지연된다는 점이다. 구호 수송대에 대한 범죄 공격이 너무 심해져 현재 가자지구로 구호 물품이 들어오는 케렘 샬롬 교차로에 구호 트럭 1000대 이상이 멈춰 서 있다고 WSJ은 전했다. 가자지구에 본부를 둔 유엔 구호 사업국의 스콧 앤더슨 국장은 “보안 문제 탓에 지난 15일부터 케렘 샬롬에서 구호트럭을 보낼 수 없다”고 말했다.
구호단체 관계자들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남부에서 낮시간 전투중단을 발표했지만, 구호품을 이동시키기에는 충분치 않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의 정책 책임자인 부시라 칼리디는 “이것은 기근 대응이 아니다”라면서 “우리는 영구적 휴전을 위한 진정한 약속이 필요하다”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