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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신임 사장은 원자력, 특히 고준위 방사성폐기물(고준위) 분야 권위자다. 서울대 원자핵공학과를 내와 미국 조지아텍에서 핵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방사선·방폐물 분야에서 첫 번째 해외 박사 취득자다. 이후 한국원자력연구원을 거쳐 20여 년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를 지냈다. 이 기간 한국에너지공학회장·한국원자력학회장 등 대외 활동도 활발히 하며 ‘참여형 학자’로 분류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 땐 국책연구기관인 에너지기술연구원장을 맡기도 했다. 한수원과도 최근까지 혁신성장위 공동위원장, 원전안전 자문위원장으로 인연을 이어 왔다. 10년 만의 비(非)관료 출신 한수원 사장이다. 한수원은 2001년 한국전력공사로부터 분리한 이후 2012년까진 내부 출신, 그 이후엔 산업통상자원부 출신이 사장을 맡아 왔다. 전임 정재훈 전 사장 역시 산업부 출신이었다.
그는 당장 해외 원전 수출 프로젝트를 최일선에서 진두지휘하게 된다. 한수원이 올 1월 단독 입찰한 이집트 엘바다 원전 2차 건설사업 수주 여부가 곧 결론 날 것으로 알려졌다. 체코 원전 1기, 폴란드 원전 6기 등 총 40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신규 원전 사업 수주를 위한 미국(웨스팅하우스), 프랑스(프랑스전력공사)와의 경합도 치열하다. 그가 임기 내 수출을 성사시킨다면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4기 사업 수주 이후 10여년 만에 국내 원전업계에 한 획을 긋는 큰 성과의 주역이 될 수 있다.
국내에선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 재개와 고리 2호기를 비롯한 운영허가 종료 원전 10기에 대한 계속운전 준비도 맡는다. 정부는 새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을 발표하고 환경영향평가를 조기 개시하는 방식으로 원전 3·4호기 건설 재개 목표 시점을 2024년 이내로 앞당긴 상황이다. 황 신임 사장은 그 밖에도 오랜 과제인 사용후 핵연료(고준위 방폐물) 처리와 차세대 원전으로 꼽히는 소형 모듈형 원전(SMR) 사업 추진, 수력·양수·태양광·풍력발전을 통한 수소 생산 사업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취임식에서 1만2000여 한수원 임직원에게 다시 한번 기적을 만들어내자고 당부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떨어진 사기를 북돋우자는 취지로 풀이된다. 황 사장은 취임사에서 “원전 수출 10기를 목표로 해외시장을 개척할 것”이라며 “기술도 자본도 없이 원전을 도입해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강국으로 발돋움한 저력과 긍지를 토대로 새 역사를 쓰고 국격을 높이자”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