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세형 기자]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이끄는 2기 경제팀의 사내유보금 과세 논의에 불이 붙고 있다. 재계는 사유재산을 몰수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지만 정부의 강력한 의지도 감안해 대비할 필요는 있다는관측이다.
업계에서는 배당이나 임직원 임금 인상, 투자 확대 외에 회사 밖으로 자금을 유출시키지 않고도 유보금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 있다고 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유보금을 자본금으로 바꿔 버리는 것이다. 심지어 결손법인과의 합병도 한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단지 사내유보율이 높다는 이유에서 배당 등 주주환원책이 나올 것으로 단정짓는 것은 무리라는 분석이다. 자칫 주주 입장에 불리한 방안들이 등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배당·유상감자·투자
과세를 피하기 위해 사내유보금을 사용하는 데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실제 현금을 사용하는 것이다. 현금 배당과 자사주 매입 소각, 투자, 그리고 임금 인상이 가능하다.
현금 배당과 자사주 매입 소각 및 유상감자는 어떤 방식을 취하든 회사에서 자금이 나가며 이익잉여금에서 직접 차감할 수 있는 것으로 유보금을 즉각적으로 줄일 수 있다. 투자와 임금 인상은 이익잉여금 계정에서 직접 자금이 나가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 당기순이익을 줄이는 결과를 가져와 간접적으로 유보금을 줄이는 효과를 내게 된다.
사내유보금 과세 논의는 기업들이 이명박정부 이후 정부의 잇딴 투자 요청에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는 데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사내유보금 과세 논의는 결국은 기업들 스스로 돈을 쓰지 않겠다면 세금으로라도 환수해서 사회 재원으로 쓰겠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현금 안 써도 줄이는 방법이 있다
사내유보금은 크게 이익잉여금과 자본잉여금으로 구성된다. 이익잉여금은 당기순이익 중 배당 등을 통해 처분하고도 남은 이익이다. 이익잉여금이 곧 현금은 아니다. 자본잉여금은 유상증자 등 자본금을 변화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예를 들어 액면가 5000원 주식 1주를 5만원에 발행했다면 4만5000원이 자본잉여금이 된다.
이익잉여금이나 자본잉여금이 당장 현금화가 불가능한 경우라면 이 두 잉여금을 아예 자본금으로 바꿔 버리면 된다. 무상증자가 실행 가능한 방법이다. 이 경우 기존 주주들은 보유 주식이 늘어나게 돼 좀 더 부유해진 느낌을 갖게 된다.
통상 연말에 현금배당와 함께 또는 별개로 진행되는 주식배당도 기존 주주의 주식수는 늘어 나고 이익잉여금이 줄어 든다는 측면에서 같다.
◇인수합병·차입도 대안
기업들은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가 어렵다고 하소연하고 있지만 투자의 연장선 상에서 인수합병에 나섬으로써 사내유보금 과세를 비껴 가는 것도 대안으로 제시된다. 특히 투자가 진행 중에 있어 아직 이익회수기에 진입하지 못한 기업과 합병하는 경우가 이 경우에 해당한다.
이 경우 합병대상법인 내부에는 결손금이 쌓여 있기 마련이다. 사내유보금이 상당한 기업 입장에서는 이들 결손법인을 합병하는 경우 이익잉여금과 결손금이 상계처리되면서 유보금이 줄어드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다만 피흡수합병 법인이 성장성이나 이익성이 어느 정도 담보돼 있다면 주주에 유리하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이외에 차입을 늘리는 경우도 이론적으로 가능하다. 차입을 통해 투자에 나서는 것인데 이 역시 이자비용 등이 발생하면서 순이익을 줄여 결과적으로 유보금을 줄이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저성장 국면에서는 실행하기 어려운 것으로 평가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사내유보금 과세 논의는 이익잉여금만 대상으로 할 지 등 기준조차 명확하지 않아 향후 진행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사내유보율이 높다고 당장 과세를 피하기 위해 배당을 늘릴 것으로 단정짓는 것은 섣부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