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청원에는 청원으로’…여야 ‘싸움터’ 된 국회 국민동의청원

이수빈 기자I 2024.07.23 16:18:57

'尹 탄핵 청원' 청문회 열자
민주당 해산 청원, 정청래 해임 청원 등장
교제폭력·급발진 등 민생청원은 여전히 대기중

[이데일리 이수빈 기자]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이 ‘정쟁’의 장이 됐다.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즉각 발의’ 청원을 근거로 청문회를 열자, 여야는 서로 청원을 통해 정쟁 대리전을 펼치는 중이다. 국민동의청원에 올라온 정치 청원만 주목받는 사이 80여건에 달하는 민생 관련 청원은 청원인 5만명의 동의를 얻고 나서도 한 건도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반대에 관한 청원’이 23일 오후 2시 기준 약 11만명의 동의를 얻었다.
◇‘尹 탄핵 청원’ 청문회 열자 ‘尹 탄핵 반대 청원’으로 맞불

23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는 4건의 청원이 게시 30일 이내 5만명의 동의를 받은 상태로 청원 동의를 진행 중이다. 오후 2시 기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반대 청원(약11만명) △정청래 법사위원장 해임 요청(약7만명) △더불어민주당 정당해산심판청구 촉구결의안 청원(약6만명) △신원식 국방부 장관 탄핵소추안 즉각 발의 및 민간인 출신 국방부장관 임명 요청(5만명) 등이다.

이중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반대 청원은 민주당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윤 대통령 탄핵안 발의 청원 청문회를 추진하자 그 반발로 국회에 접수됐다. 이 청원은 지난 11일 청원인 5만명을 달성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회부됐다.

청원인은 청원 사유로 “검사 탄핵, 판사 탄핵에 이어 대통령 탄핵까지 외치며 헌법을 부정하고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무너뜨리려는 대통령 탄핵 추진을 강력히 반대한다”고 적었다.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은 12일 “반대 청원도 찬성 청원처럼 법사위에 합법적으로 접수돼 앞으로 심사해야 한다. 그러면 공평하게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청문회를 개최하면 된다”며 “탄핵 찬성 청문회가 국회법대로 열리니 탄핵 반대 청문회도 8월 중 두 차례 추진하겠다. 같은 규모의 증인과 참고인을 공평하게 맞추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에 대한 해임 요청 청원에 대해서도 정 위원장은 “적법하게 법사위로 회부되면 이 또한 청문회를 개최하겠다. 소관 상임위가 법사위라면 오케이”라고 맞받았다.

성일종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이날 “정 위원장이 청원제도마저 극단주의자들과 함께 갈등과 정쟁을 부추기는 제도로 이용하고 있다”며 “국회를 ‘극단주의자들의 놀이터’로 만들려고 작정했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정치는 다양성을 인정하는 공존의 장”이라며 “국회가 갈등을 극대화하고 정쟁으로 정치 횡포를 부추기는데 앞장서야 되겠나”라고 질책했다.

◇“정쟁용 청원만 논의하고 민생 청원은 논의 한번 없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은 지금까지 총 85건의 청원이 청원인 5만명을 달성해 심사를 대기 중이다. 이중엔 △교육부의 2025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 도입 유보에 관한 청원 등 숙의가 필요한 사안부터 △교제폭력 관련 제도 개선 요청 △급발진 의심 사고 발생시 입증책임 전환 등의 민생 청원까지 다양한 청원이 접수돼 있다.

그러나 ‘윤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로 청원 게시판에서 여야의 대리전이 펼쳐지면서 국민의 목소리를 반영하겠다는 청원 게시판의 취지는 희석됐다. 다양한 국민의 목소리보단 정쟁용 청원이 더 주목받고, 정치권도 이 청원을 자신들의 싸움에 이용하려는 움직임이 도드라졌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민생 청원은 등한시하고 정치적 청원만을 논의하는 국회가 문제”라며 “탄핵 청원은 즉각 올려서 청문회를 열고, 민생 청원은 논의 한번 없이 사장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라고 지적했다.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도 ‘문재인 대통령 탄핵 청원’이 올라왔지만 청와대는 탄핵이 국회의 권한이라며 청원을 수리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제22대 국회에서 윤 대통령 탄핵 청원에 대해 응답하며 향후 청원 게시판이 여야 강성 지지층의 싸움터가 될 여지도 남아 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