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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헬로키티’ 등 캐릭터 사업의 성공 비결이요? 캐릭터별로 스토리를 정해놓지 않은 것이 주효했다고 봅니다. ‘헬로키티’에 안주하지 않고 다양한 캐릭터 지식재산(IP) 다각화에 나선 것도 비결입니다.”
츠지 도모쿠니 산리오 대표는 28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콘텐츠 IP 마켓 2023’ 기조연설에서 “산리오의 여러 캐릭터들은 다양한 고객들이 자신만의 스토리를 적용하는 식으로 운영돼 왔다. ‘헬로키티’만 해도 나만의 키티가 될 수도, 내 친구나 동생이 될 수 있는 건데 이것이 우리의 캐릭터 라이선싱 사업의 성공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즉 일반적으로 스토리를 부여하는 캐릭터 전략과 달리, 산리오는 최소한의 콘셉트만 부여하고 모든 의미를 고객이 직접 만들어낼 수 있도록 캐릭터 라이선싱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는 의미다. 오랫동안 ‘헬로키티’ 등 글로벌 캐릭터 IP 사업을 전개해 온 산리오만의 차별 전략인 셈이다.
1960년 창업한 산리오는 초창기 증정용 선물을 생산하던 회사였지만 1974년 고양이 캐릭터 ‘헬로키티’가 전 세계적으로 흥행하면서 캐릭터 사업의 기반을 마련했다. 츠지 대표는 산리오의 창업주이자 ‘헬로키티의 아버지’ 츠지 신타로 회장의 손자로, 2020년 할아버지의 뒤를 이어 신임 CEO에 취임한 바 있다. 산리오는 현재 ‘헬로키티’를 포함해 총 450여종의 캐릭터를 운영하고 있다.
츠지 대표는 “산리오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헬로키티’가 내년 탄생 50주년을 맞는다”며 “100여개국에 1000개 이상의 라이선싱 및 판매 거점을 확보했고 일본 현지엔 연간 100만명 이상이 방문하는 테마파크도 세워 고객 접점을 늘려왔다”고 말했다.
이어 “자체적으로 고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캐릭터를 뽑는 투표도 진행하는데 4500만건 이상 득표가 나오고, 글로벌 SNS 팔로우도 5000만명 이상일 정도”라며 “이를 통해 지난해 글로벌 매출 766억엔(한화 6600억원)을 기록했다”고 덧붙였다.
츠지 대표는 산리오의 캐릭터 사업 성공 비결로 IP 다각화와 여러 파트너사들과의 협업을 꼽았다. 2017년까지만 해도 산리오의 북미 매출 가운데 캐릭터 비중은 ‘헬로키티’가 90% 이상이었다. IP 다각화에 집중했던 산리오는 지난해 ‘헬로키티’의 비중은 40% 밑으로 떨어뜨렸다. 그 빈자리를 ‘쿠로미’, ‘마이멜로디’ 등 새로운 캐릭터가 채웠다.
츠지 대표는 “캐릭터 라이선스 사업은 호황과 침체가 별안간 나타날 수 밖에 없는 구조여서 IP 다각화가 중요했다”며 “전략적으로 다각화에 집중했고 ‘헬로키티’ 비중을 줄였지만 타 캐릭터가 빈자리를 메우면서 전체 매출액은 줄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산리오는 미국에서 나이키, 아디다스와 협업 상품을 내는가하면 유럽에선 고급 브랜드 클로에 등과 손을 잡았다. 한국에선 유명 아이돌 NCT와 여러 협업을 진행했다.
츠지 대표는 “일본에서도 K팝의 인기를 잘 느낄 수 있어 협업을 했는데 영광이었다”며 “실제 K팝과의 콜라보레이션 제품이 굉장히 인기가 많았다. 향후에도 K-아이돌 그룹과 협업을 더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츠지 대표는 2020년 취임 당시 10년 후인 오는 2030년 시가총액 1조엔(8조7300억원), 영업이익 500억엔(4300억원) 이상을 목표하는 장기 비전을 내세운 바 있다. 그는 “지난 3월 기준으로 보면 아직도 우리 목표는 3배 이상이나 높은 수준이지만, 잠재력을 감안하면 달성가능할 것”이라며 “무엇보다 고객들이 우리 캐릭터로 웃음을 짓는 시간을 계속 늘려갈 수 있도록 하는게 가장 큰 목표”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이날부터 오는 30일까지 코엑스에서 ‘콘텐츠 IP 마켓’을 연다. 게임, 웹툰, 웹소설 등 주요 IP 사업자들이 비즈니스 상담을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