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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유족 대표로 나선 고(故) 이지한 씨의 어머니 조미은씨는 이번 참사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강하게 비판했다. 조씨는 “생업은 포기했고 정신과 약을 먹으며 하루를 버티고 있다”며 “국가는 국민의 안전에 대해 무한한 책임이 있는데 참사 당일 부모들은 아이가 어떻게 죽었는지 전혀 몰랐다”고 했다. 조씨는 “특수본 수사를 기다릴수록 문서 삭제는 더 진행되고 자기 자리를 지키기 위한 거짓말과 변명이 난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수본은 지금까지 총 18명을 피의자로 입건했지만 이 장관, 윤 총장 등 윗선을 겨냥한 수사는 지지부진하단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이 장관은 국가공무원노동조합 소방청지부(소방노조)의 고발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됐지만 아직까지 소환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입건된 피의자도 대부분 경찰, 소방,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로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전무하다.
조씨의 발언이 끝나자 이에 공감하는 다른 유족들은 울음을 터뜨렸고 통곡하기도 했다. 제대로 된 참사 책임자가 윤곽을 드러내지 않은 현 시점에서 한 유가족은 발언이 끝날 때마다 “이상민을 당장 파면하라”며 연신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유족과 단체는 이 장관과 윤 청장을 비롯해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수사촉구서를 특수본에 제출했다. 참사가 발생하기 전 핼러윈데이 대규모 인파 운집에 대한 사전보고를 받고도 경비대를 배치하지 않았고, 참사 당일인 10월 29일엔 압사사고 우려에 대한 보고를 받고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혐의를 적용했다.
참여연대 정책자문위원장인 김남근 변호사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진 핼러윈데이를 맞아 대규모 인파를 우려하며 경비대를 배치하고 폴리스 라인을 만드는 등 대비계획이 수립됐는데 2022년만 없었다”며 “특수본은 사고 당일 현장에 있던 소방대원과 이태원파출소 등에 대해 적극 수사하면서 아무런 계획을 수립하지 않은 책임자는 아예 수사 대상에 올려놓지도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지현 참여연대 사무처장 또한 “참사가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나도록 누구 하나 책임을 인정하는 자가 없다는 사실에 절망한다”며 “이상민 장관은 책임자로서 형사적 책임은 물론이고 정치적 책임도 분명히 져야 하는 인물이다. 대통령도 책임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