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모빌리티 노조 '동상이몽'…노사 갈등 고조

김국배 기자I 2022.07.11 14:40:38

카카오 노조 매각 반대 기자회견
"MBK파트너스 매각 중단하라"
"사모펀드에 매각하는 건 사회적 책임 회피"
일각선 스톡옵션 보유한 카모 경영진 등 결단 촉구

[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카카오(035720)가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의 지분 매각 검토를 공식화하면서 노사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카카오 측은 모빌리티 매각을 놓고 “더 큰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구조를 고민하는 것”이라고 했지만, 노동조합은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모빌리티 매각에 대해 노사 간 동상이몽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11일 카카오 공동체 노조 ‘크루유니언’은 서울 중구 모임공간 상연재에서 전국대리운전노조 등과 카카오모빌리티 매각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현재 카카오는 국내 최대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와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매각을 두고 물밑 협상 중이다. 카카오가 보유한 지분(57.5%) 가운데 10%대 지분을 매각해 2대 주주로 물러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승욱 카카오 노조 지회장은 이날 “플랫폼의 사회적 책임을 선언했던 경영진들이 상생과 책임 대신 회피와 매각을 선택하려 하고 있다”며 “대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완수할 수 없으니 사모펀드에 맡겨야 한다는 논리는 이해할 수 없다. 표리부동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특히 노조는 매각 자체에 반대할 뿐 아니라 상대가 사모펀드라는 점을 크게 우려했다. 사모펀드는 경영 효율을 이루고 기업가치를 높여 엑시트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서 지회장은 “(카카오모빌리티가) 기술 기반 기업으로서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며 “자율주행, 도심항공교통(UAM) 등 미래 기술 투자가 계속 진행될 수 있겠는가”라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선 실제 MBK파트너스에 인수됐던 홈플러스가 겪은 사례가 언급되기도 했다. 정민정 마트노조 위원장은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를 인수한 후 인력 감축과 더불어 부동산 가치가 높은 곳을 중심으로 폐점을 전제로 매각을 시도했다”며 “장사에는 관심이 없어 매장 노후화로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와 고객이 얼마나 불편하지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스톡옵션을 보유한 카카오모빌리티 임직원들의 결단이 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카카오는 모빌리티 사업을 계속할 경우 상장을 미루고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길 원한다. 하지만, 스톡옵션을 보유한 경영진 등 카카오모빌리티 임직원들은 상장이나 매각을 통해 빠르게 이익을 실현하길 원하는 측면이 있어 의견 차가 있다고 한다.

배재현 카카오 최고투자책임자가 최근 사내 공지글에서 “때로는 카카오와 카카오모빌리티가 서로의 방향성과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전략에 상반된 입장을 가지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서 지회장도 본지 통화에서 “매각을 주도하는 것이 카카오라는 이유로 모빌리티 경영진은 명확한 입장을 얘기하지 않고 있다”며 “모빌리티 경영진이 기존까지 경영 판단을 평가해보고, 앞으로의 방향을 제시하는 등 적극적으로 문제를 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과 관련해 카카오 측은 “매각 여부는 여전히 결정된 바 없다. 노조와 지속적으로 소통해 나갈 예정”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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