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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대호 기자] 애플이 7일(미국 현지시각) 연례행사인 세계개발자회의(WWDC)를 개막했다. 맥북 등 대중이 기다린 새 하드웨어 발표는 없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었다’는 아쉬운 평가도 있지만, 애플 생태계 주축인 기기 운영체제(OS)의 전반적인 판올림(버전업)을 가볍게 볼 순 없다.
이날 애플은 △아이오에스(iOS) 15 △아이패드(iPad)OS 15 △맥OS 몬터레이 △워치OS 8을 발표했다. 가을부터 새 OS를 일반이 쓸수 있도록 공개한다. 발표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페이스타임의 외부 생태계 공개 △더욱 강화한 개인정보 보호 △‘애플 월렛’ 지원 확대를 꼽을 수 있다.
◇꽁꽁 싸맸던 페이스타임, 초청하면 누구나 통화
애플은 iOS15에서 애플 기기 간 화상통화 솔루션인 ‘페이스타임’을 외부 OS에도 공개한다고 발표했다. 아이폰 등 애플 기기에서 링크를 생성하고 메시지나 캘린더, 메일 등으로 공유하면 안드로이드와 윈도OS 기기 이용자가 웹브라우저로 통화에 참여할 수 있다. 영국 가디언은 “줌, 구글미트, 마이크로소프트 팀은 애플과의 새로운 경쟁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페이스타임 화상회의엔 애플 카메라 기술력도 녹아들었다. 인물사진 모드가 페이스타임으로 들어왔다. 피사체 주변 배경 흐림이 적용된다. 공간 음향 기술도 적용돼 단순히 소리 전달이 아닌 사용자 위치에서 목소리가 나오는 것처럼 처리한다.
WWDC에 공개한 셰어플레이(SharePlay)도 페이스타임과 찰떡궁합이다. 페이스타임 도중에 애플 뮤직을 듣거나 TV프로그램을 동기화해 구성원들과 함께 시청할 수 있다. 현재 디즈니플러스, ESPN플러스, HBO맥스 등 여러 업체가 셰어플레이에 참여했다.
◇‘개인정보 기기 밖으로 못나가’ 사생활 보호 더욱 강화
얼마 전 애플이 iOS 14.5부터 앱추적투명성(ATT) 정책을 도입했다. 이용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개인정보 수집이 불가능하도록 조치했다. 이용자가 정보 접근을 불응했다고 개발사가 앱 사용을 막는다면 앱스토어 제외 조치도 불사할 만큼, 애플의 의지는 강력하다. 애플이 ATT 정책 도입을 예고하자 페이스북이 공개 반발한 바 있다.
iOS 15 등 최신 운영체제에선 애플의 사생활 보호 기조가 더욱 강력해졌다. 단적인 사례가 ‘이메일 가리기’와 ‘익명의 IP 주소 배정’ 등이다. 아이클라우드에선 사용자의 지역까지만 위치가 나타나게 했다. 새 OS에선 지난 7일간 정보 접근 승인이 얼마나 자주 있었는지 보고서도 제공한다. 이용자가 보고서를 본 뒤 정보 공유 설정을 변경할 수 있다.
기기 자체에서 연산하고 결과를 보여주는 ‘온디바이스 인텔리전스’ 기술도 같은 맥락이다. 내밀한 정보가 오갈 수 있는 음성비서 시리(Siri)의 보다 많은 기능을 기기 내에서 처리한다. 인터넷 연결 없이도 시리를 통해 앱 실행, 타이머 및 알람 설정, 설정 변경 또는 음악 제어 등과 같은 요청이 가능하다. 서버 개입 없이 끝단의 단말기에서 종단 간 암호화를 적용한다.
한 글로벌 마케팅 솔루션 기업은 애플 발표에 대해 “iOS 개인정보 보호는 가장 민감한 사안 중 하나”라며 “대응을 고심하는 중”이라고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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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월렛(지갑)’ 지원도 강화했다. 말 그대로 만능 지갑의 가능성이 엿보인다. 이미 BMW를 필두로 애플 월렛에 디지털 자동차 키 기능은 적용했다.
이번엔 초광대역 기술을 활용해 주머니와 가방에 아이폰을 그대로 두고도 차량 잠금 해제와 시동이 가능해지도록 개선을 꾀한다. 애플 월렛의 디지털 키 저장을 지원할 경우 집이나 사무실, 호텔방 등의 잠금 해제도 가능하다.
올 연말 애플 월렛 미국 참여 주의 아이폰 이용자들은 운전면허증과 주 신분증(ID)을 월렛에 추가할 수 있다. 첫 활용 장소로는 교통안전청(TSA)과 공항 검색대에서 쓸 수 있도록 협의 중이다. 월렛 내 신분증은 암호화돼 애플 페이의 하드웨어 보안 기술인 시큐어 엘레멘트에 저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