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충남의 한 아파트 단지는 수년간 국세와 지방세를 미납하다 지난해 수천만원대의 가산세 폭탄을 맞았다.
공동주택이 재활용품 매각 등 수익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사업자등록증을 받아야 하지만 이 아파트 단지는 사업자 등록을 미룬 채 수년간 수익사업을 해왔기 때문이다.
이 단지가 낸 부가가치세 및 법인세 3030여만원에 대한 가산세는 2700여만원이다.
적기에 사업자 등록을 완료했다면 내지 않아도 될 2700여만원을 낭비한 셈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공동주택 관리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다양한 시책을 내놓고 있지만 아직도 주먹구구식 운영으로 법·제도적 허점을 노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남도 감사위원회는 지난해 1~11월 도내 5개 시·군에서 10개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감사를 실시한 결과, 관련 법령 위반 등 모두 159건의 부정 사례를 적발했다고 11일 밝혔다.
적발된 유형별로 보면 관리비 용도 외 목적 사용 및 부정 사용이 31건으로 가장 많았고, 입주자대표회의 및 선관위 구성·운영 부적정이 29건으로 뒤를 이었다.
또 관리비 및 연체료 징수 등 회계업무 처리 부적정 27건,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 부적정 27건, 장기수선계획 수립 및 충당금 적립 부적정 26건 등으로 집계됐다.
충남도 감사위원회는 각 아파트 관리 부정 사례 중 입주민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법령 위반 사안에 대해서는 해당 시·군에 통보해 고발 등의 후속조치를 유도할 방침이다.
조치 내용은 주의 103건, 시정 49건, 권고 7건 등이며, 2억 2072만원에 대해서는 관리비 반환 조치를 요구했다.
이번에 적발된 사례 중에는 소송비용을 남발하거나, 입주민대표회의가 운영비를 마치 쌈짓돈처럼 사용하는 사례도 있었다.
한 아파트 단지는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아파트 잡수익 중 소송을 위한 변호사비 등 법률비용으로 모두 22차례에 걸쳐 8377만원을 집행했다.
이 소송비용 중에는 입주자대표회의와 선거관리위원장 등의 공동주택 관련 법령 위반 사항에 대한 변호사비도 포함돼 있었다.
잡수입을 소송비용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입주민 전체의 이익에 부합해야 한다.
또 다른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운영비를 매달 50만원씩 정액으로 지급받았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운영비 사용 내역을 별도의 장부로 기록치 않았고, 운영비가 아닌 별도의 관리비로 회의 비용을 지출하기도 했다.
심지어 반찬 구입이나 방앗간 이용, 상품권 구입 비용 등 부적절한 집행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영 충남도 감사위원장은 “도내 아파트를 대상으로 매년 감사를 실시 중이지만 불법사항이나 부조리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철저한 감사를 통해 투명하고 살기 좋은 아파트 공동체를 만들어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관련 전문가들은 “현재 공동주택 감사는 입주민의 30%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등 아직도 투명한 관리에 문턱이 높은 상황”이라며 “앞으로 모든 공동주택에 대한 지자체 감사를 의무화하는 등 법·제도적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