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이주열 “하반기엔 회복세..금리인하 고려 안해”

김정현 기자I 2019.04.18 12:35:55

이주열 한은 총재, 금통위 이후 기자간담회
“투자·수출 둔화..올해 성장률 2.6% 하회”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서울 한국은행 기자실에서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동결 결정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정현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성장세가 앞으로 예상했던 성장흐름이 이어진다면 현재로서는 금리 인하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18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한은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한 뒤 기자간담회를 열고 “앞으로의 성장흐름은 잠재수준에 부합하는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이다.

-이번 수정전망에서 성장률 낮췄다. 정부가 6~7조원 추가경정예산 편성하기로 했는데, 어느 정도 성장률 끌어올릴 수 있나.

△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5%로 낮춘 것은 1분기 중 수출과 투자가 당초 예상보다 낮은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앞으로 정부의 추경 등 재정지출 확대가 예상되고 1분기중 부진했던 수출·투자가 완화될 것으로 보여서 성장세가 점차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추경 여부가 확정되지 않아서 4월 전망에는 추경을 반영하지 않았다. 추경의 규모, 구성내역, 지출시기 등이 확정이 돼야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화정책방향문에서 ‘완화정도 추가조정 여부’ 문구와, ‘잠재수준에서 벗어나지 않는 성장세’문구가 사라졌다. 배경이 뭔가. 금리인상 깜빡이 껐다고 해석해도 되나.

△성장과 물가의 흐름, 금융안정상황을 고려할 때, 향후 통화정책의 방향성을 사전에 정해놓기보다는 대외여건과 성장·물가 흐름을 지켜보면서 정책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다. 하반기로 가면서 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점차 높아질 전망이지만 글로벌 무역분쟁이 어떻게 전개될지, 반도체 경기회복세가 예상대로 갈지 등 우려가 있다. 상황이 악화된다면 하방리스크이고 오히려 미중 무역협상이 원활하게 타결이 된다든가 추경 편성이 확정되면 상방 요인이다. 하방 상방 리스크가 혼재하고 있어서 이걸 다 지켜보겠다는 뜻이다.

금융안정 측면에서도 가계부채 수준이 여전히 높지만 거시건전성 규제 등으로 인해 가계부채 증가세는 둔화되고 있다. 따라서 (통화정책) 방향성을 사전에 정하지 말자고 한 것이다. 이런 문구를 삭제했다고 해서 저희들이 인하까지 곧바로 검토하겠다는 것은 전혀 아니다.

-한은이 성장률과 물가전망치 하향조정하면서 저성장·저물가를 동반하는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졌다. 디플레이션 현실화 가능성 어떻게 보나.

△디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을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상당히 낮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대 중반으로 떨어져서 우려 있는 게 사실이지만 최근 물가가 큰 폭 낮아진 원인과 앞으로 여건 등을 감안해보면 디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은 낮다. 디플레이션 정의는 가격이 상품 서비스 전반에서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이다. 최근 낮은 물가상승률은 농축수산물과 석유가격 약세 등 공급요인, 그리고 정부 복지정책 강화에 기인하고 있다. 공급측 요인이나 정부정책 효과 빼고 경기상황과 관련이 높은 물가지표를 따로 놓고 분석해보면 1%대 중후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앞으로 임금상승세가 이어지고 공급측 물가하방 압력이 완화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대 초중반대로 높아질 것이다.

-1일에 총재가 지금 기준금리 인하 나설 상황 아니라고 했다. 그 의견 여전히 견지 중인가.

△입장에 변화가 없다. 1분기중 수출·투자가 예상보다 부진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0.1%포인트 낮췄지만, 여러 요인들로 인해서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를 보일 것이다. 경기와 밀접한 물가도 꾸준한 상승해 하반기에는 0%대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되는 것이 사실인데, 총량은 매우 높은 수준이고 증가세가 다시 살아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서 금융안정상황 경계감을 갖고 있다. 현재로서는 금리인하를 검토할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2~3월에 수출물량 감소했다. 향후 수출의 회복가능성이나 반도체 회복가능성을 어떻게 보나.

△하반기로 가면서는 수출이 점차 회복될 것이다. 다만 물량기준 연간 전체로 보면 수출증가율이 지난해 대비 조금 낮을 것이다. 관건은 반도체인데, 기관들의 전망을 종합해보면 부진했던 그간의 반도체 상황은 일시적 조정국면이라고 보고 있다. 하반기부터는 수요가 다시 살아나면서 반도체 경기도 개선될 것이라는 견해를 아직도 다수 기관에서 유지하고 있다. 3월중 데이터를 보면 반도체의 수출물량회복 속도가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지난 기자간담회 당시 “일각에서는 반도체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시기가 하반기가 들어서면서부터가 아니라 그 뒤로 가지 않겠냐. 회복속도도 그렇게 강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견해가 있다”는 점을 인용했다. 여전히 그런 견해가 있는 만큼 반도체 경기는 각별한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금융안정 등에 통화정책으로 대응할 필요성은 한 단계 줄었다고 보는 건가.

△금융안정 상황에 대해서는 계속 경계를 늦출 수 없다. 먼저 가계부채를 평가해보면 수개월간 둔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주택경기와 정부의 강력한 억제정책에 상당히 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가계부채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100% 정도 되고, 가처분 소득 뿐 아니라 어떤 기준으로 보더라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대비 상당히 높다. 가격 규모도 경제성장을 제약할 수준까지 왔다는 경고도 일부 기관에서는 한다. 가계부채가 명목소득 넘어서는 증가세가 지속되는 것을 개선해야한다. 수개월 간의 가계부채 증가세 둔화를 가지고 통화정책으로 대응할 상황이 지난 거 아니냐는 해석은 성급하다.

-주식시장은 최장 랠리를 보이는 반면. 채권시장은 경기둔화에 베팅하고 있다. 주식과 채권시장 상반된 흐름에 대한 견해는.

△지난달 말 이후 주식시장에 외국인 투자자금이 큰 폭 유입되면서 코스피가 상당폭 상승했다. 미·중 무역협상이 타결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졌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완화기조로 돌아선 영향이다, 우려됐던 중국 경제가 정부의 부양 노력에 힘입어 경제지표가 생각보다는 개선되고 있는 점도 종합 작용해서 투자심리가 좋아졌다.

채권시장은 월별로 기복이 있지만 경기둔화에 베팅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외국인 투자행태는 글로벌 금융경제 상황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최근 움직임에 대해 섣부르게 단정하기 힘들다.

-신규 취업자수가 두 달째 20만명대이지만 고용에 대한 시각 불안한데.

△신규 취업자수가 두 달 연속 20만명을 넘어서는 증가를 기록하면서 전체적으로 보면 고용 부진이 완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보건복지업, 농림업의 고용 증가폭이 컸고 도·소매 숙박·음식업의 감소폭이 줄어든 데 기인한다. 그렇지만 주력 제조업인 자동차, 조선 쪽 고용상황은 해당 산업의 구조조정과 그 산업의 업황이 부진한 데에 따른 영향으로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연령별로 보아도 취약한 부분이 있다.

-3월 업무보고서 리디노미네이션 말할 때 됐다고 했다. 이번 기회에 입장을 좀 더 확실히 밝혀줄 수 있나.

△지난달 국회에서 리디노미네이션 질문이 있어서 원론적인 차원에서 말한 것이다.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리디노미네이션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고 추진할 계획도 없다. 리디노미네이션은 기대효과도 있지만 부작용도 많기 때문에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이 매우 엄중한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엄중한 경기 현실을 고려할 때, 지금은 리디노미네이션보다 우리 경제의 활력과 생산성 제고를 위해 집중해야 할 일이 훨씬 많고 집중해야 할 때다.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면서 침체(R)의 공포가 이슈화된 바 있다. 현재 국고채 3년물 금리가 1.74% 정도에서 거래되면서 기준금리랑 다시 역전이 됐다. 어떻게 보나.

△장단기 금리 역전, 주요 선진국에서도 있었고 미국에서도 3월 하순에 일시 역전됐다가 다시 시장 반응이 과도하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역전이 해소된 것이 있다. 국내도 그런 게 있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침체 공포는 과도하다는 게 모든기관과 전문가들의 공통적 진단이다. 연간 성장률 전망치가 1분기보다 안 좋았기 때문에 조정했지만 앞으로의 성장흐름은 잠재수준에 부합하는 성장세를 보일 것이다.

-추경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 사이에서는 한은도 금리인하하는 것이 폴리시 믹스 차원에서 맞다는 견해가 있는데.

△정부가 추경하니까 중앙은행도 따라가자고 하는 예단은 적절하지 않다. 성장세가 앞으로 예상했던 성장흐름이 이어진다면 현재로서는 금리인하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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