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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美기업 사냥꾼으로 등장..역대 최고치

김태현 기자I 2014.09.23 17:08:31

엇갈린 유럽·미국 경기 성적표가 원인
"ECB 경기부양책으로 자금조달 용이"

[이데일리 김태현 기자] 독일 기업이 올해 상반기에 67조원에 달하는 두둑한 실탄을 가지고 미국 기업 사냥에 나섰다. 독일 기업의 이같은 투자 규모는 역대 최대 규모다.

독일 기업의 미국 기업 인수합병(M&A)이 봇물을 이루는 데에는 △유럽 경기침체 △미국 경기 회복세 △유럽중앙은행(ECB)의 경기부양책 등 ‘삼박자’ 때문으로 풀이된다.

독일 제약업체 머크는 22일(현지시간) 미국 화학업체 시그마-알드리치를 170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독일 전자전기업체 지멘스도 이날 미국 에너지 장비제조업체 드레서-랜드그룹을 76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인수금은 전액 현금으로 지불하기로 했다.

지난주에는 독일 자동차 부품업체 ZF프리드리히스하펜이 경쟁사인 미국 TRW오토모티브 홀딩스를 인수해 세계 2위 자동차 부품업체가 됐고 독일 소프트웨어 제조업체 SAP가 미국 콘커테크놀로지스를 83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시장 조사기관 톰슨로이터 집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독일기업의 미국 M&A 규모는 645억달러(약 67조671억원)로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특히 독일이 지난해 전체 기간 동안 미국에서 단행한 M&A 규모가 50억달러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 M&A 급증세는 주목할 만 하다.

디트마르 리그 주미 독일상공회의소 회장은 “독일 기업들은 그들 소비자들이 있는 곳을 원한다”며 독일 기업이 M&A를 통해 미국 진출에 본격 나서고 있는 지를 설명했다.

리그 회장은 유럽 경기가 좀처럼 되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아 독일 기업이 미국 기업 M&A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2분기(4~6월)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0%로 시장 전망치 0.1% 증가에 못 미쳤다.

악화일로로 치닫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유럽 경기 회복세 발목을 붙잡고 있다. 러시아와 유로존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두고 대립하면서 유로존의 대(對)러 교역량이 크게 줄었다. 독일은 올 상반기 러시아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5.5% 줄었다.

반면 미국은 경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실업률은 지난 7월 6.2%대로 하락했으며 연말까지 5%대로 떨어질 전망이다. 전미공급관리자협회(ISM)가 발표한 8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59.0을 기록해 7월(57.1)보다 크게 개선됐다.

ECB의 경기 부양책도 독일 기업의 미국 M&A 가속화에 한 몫하고 있다. ECB는 마이너스 금리 도입과 함께 중견·중소기업에 초점을 맞춘 장기대출프로그램(LTRO)을 실시하고 있다. 이렇게 조달한 자금이 미국기업 M&A에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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