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업계 반발..매번 사업조정 신청
21일 업계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는 현재 KG 모빌리티의 중고차 사업 진출이 기존 중고차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실태조사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기부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일정이 잡히진 않았지만 빠르게 조사를 진행하기 위해 실태조사 기간 등을 조율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이번 실태조사는 앞서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이하 한국자동차연합회)와 전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이하 전국자동차연합회) 등 중고차매매사업조합의 연합회가 KG 모빌리티의 중고차 사업 진출에 대해 사업조정을 신청한 데 따른 것이다. 중고차업계의 사업조정 신청은 현대차·기아, 롯데렌탈에 이어 KG 모빌리티가 세번째다.
사업조정 제도는 대기업의 사업 진출이 해당업종의 중소기업 안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을 경우 정부가 직접 대기업에게 사업의 시기나 규모를 제한하는 제도를 뜻한다. 정부는 3년 범위 안에서 사업 개시 시기를 유예하거나 사업 규모를 축소할 것을 권고할 수 있다.
앞으로 중기부는 실태조사를 통해 예상되는 기존 중고차업계의 피해 규모 등을 조사해 심의위원회를 개최해 진출 여부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게 된다. 심의위에서 최종 결론이 나오기 전까지 사업 진출 정지는 유지된다. 다만 극단적 대립을 피하고 상생협력 관계 구축을 위해 사업권고 이전까지 당사자들 간 자율적으로 합의안을 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앞서 대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진출에 나섰던 현대차·기아도 이들 연합회와 수차례 자율조정 회의를 진행했으나 결국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해 지난해 중기부가 직접 사업규모와 진출 시기를 제한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올 하반기 본격적으로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는 현대차는 2025년 4월까지 전체 중고차의 최대 4.1%까지, 기아는 최대 2.9%까지만 판매가 가능하다. 롯데렌탈은 현재 중고차 연합회들과 합의안 도출을 위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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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G 모빌리티는 사업조정을 신청한 한국자동차연합회 및 전국자동차연합회와 아직 본격적인 협의는 시작하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자동차연합회 관계자는 “KG 모빌리티 측으로부터 사업규모나 판매 계획 등에 대해 아직 전달받은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KG 모빌리티 관계자 역시 “실태조사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킥오프 미팅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존 중고차 업계의 이 같은 반발은 자연스러운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두 연합회에 소속된 중고차 매매 사업자 조합의 수는 총 28개로, 사실상 군소업체들이 전국에 퍼져 있는 구조다.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할 경우 생계에 위협을 받는 업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이미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현대차·기아가 사업을 확정한 상황에서 후발주자의 진출에 잇달아 제동을 거는 것은 몽니를 부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KG 모빌리티 차량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KG 모빌리티의 지난해 국내 판매량은 6만8666대로 국내 신차등록대수 168만대의 4%에 불과했다. 사실상 중고차 시장에 미칠 영향도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중고차 업계가 추가 후발주자의 출현을 막기 위한 견제구를 던졌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GM한국사업장과 르노코리아 등 다른 완성차업체들이 손쉽게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지는 못하게 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선제적으로 전달했다는 것이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KG 모빌리티만 놓고 보면 중고차 업계에 미칠 영향이 커 보이진 않는다”면서도 “GM한국사업장과 르노코리아자동차 등 다른 완성차업체들까지도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미리 막기 위한 행동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