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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최근 로또복권 추첨에서 5개 번호와 보너스 번호를 맞힌 2등이 103건 나온 로또 판매점이다. 지난 4일 1057회 추첨에서 2등은 664건이었는데, 이 가게에서만 이례적으로 15%에 달하는 당첨 건수가 나왔다. 복권 판매점 주인은 전날 입구 간판 등에 ‘로또 복권 2등 103명 동시 당첨’, ‘로또 복권 당첨 특보(국내최초)’, ‘1057회 차 2등 103명 당첨(2023년 3월 4일 추첨)’과 같은 현수막을 내걸었다.
20년 넘게 이곳을 운영한 주인 성모(80대·여)씨는 뜻밖의 ‘대박’ 사건에 당황해 하는 기색이었다. 성씨는 “오랫동안 로또 장사를 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여태껏 2등은 2~3명 있었지만, 이렇게 한꺼번에 많이 (당첨자가) 나온 건 처음이라 놀랍다”라고 했다. SNS(사회연결망서비스)를 중심으로 퍼진 로또 조작설과 관련해선 “말도 안 된다, 그러면 20년 동안 장사했는데 왜 한 번도 1등이 나오지 않았느냐”고 되물었다.
실제로 지난 주말까지, 이곳은 이른바 ‘로또 명당’은 아니었다고 한다. 여느 로또 판매점처럼 담배, 음료 등을 판매하는 소규모 슈퍼마켓 역할도 겸하고 있었다. 동네 주민도 가끔씩 들러 로또를 사는 정도라고 했다. 청량리동에서 40년째 살고 있다는 양모(83)씨는 “이렇게 사람 붐비는 것을 처음 본다”며 “맞은 편 로또 가게에서 당첨자가 자주 터져 그쪽에 사람들이 많이 찾긴 했지만, 이곳은 아니었다”고 했다. 이어 “로또 당첨이 많이 되고 방송도 타니까 사람들이 줄을 서는 걸 다 보네”라고 했다.
로또를 사려 줄 선 사람들은 ‘인생역전’이라는 기대감을 품고 있었다. 강서구 마곡동에서 왔다는 임모(74)씨는 “100장 넘게 당첨돼서 그런지 다들 귀신같이 알아보고 왔다”라며 “당첨되면 마음 편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에서 매주 사고 있다, 오늘 또 샀으니 일주일이 기다려진다”고 했다.
사실 이 가게에서 당첨된 2등 로또 중 100장은 고객이 번호를 직접 정하는 수동 방식으로 동시간대에 판매된 걸로 확인됐다. 한 사람이 특정 번호들을 조합해 다량 구매했단 의미로, ‘명당’이어서가 아니라 그야말로 ‘운’이 좋아서 당첨된 셈이다. 한 로또 구매자는 “로또 명당이란 게 대체로 그렇다, 좋은 기운을 받아서 당첨될 가능성이 높이려고 일부러 멀리서라도 오는 게 아니겠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