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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난민은 세 가지 지위로 구분된다. 우선 시리아와 예멘 등지에서 전쟁을 피해 온 ‘인도적 체류자’와 난민 심사 결과로 보호 지위를 받게 된 ‘난민 인정자’가 있다. 이들은 한국에 장기 체류하는 외국인으로서 외국인 등록증을 받아 생활을 영위해 나갈 수 있다. 문제는 난민 재신청자들이다. 난민 불인정 결정 이후 재신청하는 기간에는 외국인 등록증을 회수당한다. 이에 인도적 체류자나 난민 인정자와 달리 최소한의 생존을 위한 취업이나 의료 서비스 지원 등을 받기 어렵다.
김영아 아시아평화를향한이주MAP 대표는 “난민법 제44조에 따르면 난민재신청자에게 생계비, 주거시설 입소, 의료지원, 교육을 제한할 수 있다”며 “교육은 동법 시행령 제21조에서 빠져 있지만, 생계비와 주거시설, 의료관련 지원을 하지 아니한다고 못 박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독소 조항 탓에 난민 재신청자들은 생계를 위한 취업이나 의료관련 지원을 받지 못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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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난민인권센터 활동가는 “난민 재신청자라는 이유만으로 체류를 제한하는 정책 탓에 피해는 고스란히 난민 재신청자가 짊어지고 있다”며 “아파도 병원에 갈 수 없어 어마어마한 병원비와 약값을 고스란히 부담해야 하고, 과도한 병원비에 대한 부담을 안고 병원을 이용하려고 해도 신분증을 요구하면서 진료를 거부당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이란 출신의 난민이라고 소개한 김민혁(한국이름·20)씨는 “난민 재신청 기간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며 “있어도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가입한 ‘난민협약’에 맞게 우리나라도 난민 재신청자들의 생활수준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는 “국제규약에는 모든 사람이 적당한 식량, 의복 및 주택을 포함해 자기 자신과 가정을 위한 적당한 생활 수준을 누릴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며 “난민 신청자가 아동, 여성, 장애인 등 더 취약한 상황에 놓인 사람이라면 더욱 특별히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달 17일 난민 재신청자의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발급하도록 하고, 심사 기간이 부득이하게 장기화하면 최소한의 생존 보장을 위한 지원 또는 취업허가 등의 절차를 마련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표명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