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경민 기자] 여의도 증권가의 기업 인수·합병(M&A)이 대부분 마무리되고 있는 가운데, 또 다른 대형 매물인 현대증권(003450)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KDB대우증권(006800)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신 한국투자증권이나 KB금융(105560)지주가 재도전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24일 이사회에서 대우증권과 산은자산운용의 패키지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미래에셋컨소시엄(미래에셋증권,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21일 마감한 대우증권·산은자산운용 주식 패키지매각 최종 입찰에서는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KB금융(105560)지주, 대우증권 우리사주조합 등 4곳이 참여한 바 있다.
자기자본 기준 업계 2위인 대우증권을 품기만 하면 업계 1위로 올라설 수 있었기 때문에 이번 인수전은 매우 치열했다. 이에 대우증권을 놓친 금융사들이 마지막 남은 대형 증권 매물인 현대증권에 다시 도전할 가능성이 크다. 업계 최강자로 도약할 수 있는 또 한 장의 카드이기 때문이다.
현대증권은 일본계 사모투자펀드(PEF) 오릭스 프라이빗에퀴티(PE)로의 매각이 추진되다 불발된 상태다. 재매각이 추진될지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 크다. 윤경은 현대증권 사장과 현대그룹 관계자도 일제히 “매각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된 바가 전혀 없다”고만 밝히고 있다. 이렇다보니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현대증권의 최대주주인 현대상선이 매각 추진을 접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그렇지만 매각에 나선다면 업계의 입질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KB금융지주가 현대증권을 손에 넣게 된다면 증권계열 강화를 통해 비은행 강화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다. 풍부한 자본력이 절대적인 강점이다. 현재 자회사인 KB투자증권은 규모가 작은 편이라 대형 증권사를 통해 복합금융점포 등 전국적인 영업망을 활용한 새 사업모델도 구상할 수 있다.
옛 우리투자증권(NH투자증권)에 이어 대우증권마저 놓친 KB금융지주는 “아직 매물로 나오지 않은 상태인 만큼 언급할 수 있는 부분도 없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비은행 강화를 추진하고 있는 KB금융지주가 대우증권 인수전에서 가장 낮은 가격의 입찰가를 써냈던 것도 현대증권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2조원 이상의 덩치였던 대우증권에 비해 현대증권의 가격은 상대적으로 덜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현대증권 측이 오릭스PE와 본계약 체결했던 지난 6월 당시 합의한 매각가는 9400억원이었다.
한국투자증권도 덩치를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금융투자업 중심의 한국금융지주는 은행을 거느린 다른 금융지주사들보다 상대적으로 인지도나 위상이 약해 한국투자증권의 몸집 불리기를 통해 세를 키울 수 있다. 그러나 해외 인프라 경쟁력이 컸던 대우증권에 비해서는 현대증권이 한국투자증권에 매력이 떨어진다는 얘기도 나온다. 대우증권은 홍콩, 인도네시아, 미국, 영국, 중국, 베트남, 몽골 등지에 진출한 상태다. 현재 한국투자증권은 현대증권 인수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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