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개혁" 전문가 주장에도…여야 '재정확대' 한목소리

김정남 기자I 2015.08.24 16:09:38

여야, 390조 안팎 예산 공감대…정부계획보다 더 높아
"총선 앞둔 정치인들이 확대재정 뿌리치기 쉽지 않아"
전문가 입장 달라…"SOC, R&D 등 경제예산 더 줄여야"

지난 2009년 이후 국가채무 대비 적자성채무 비율. 출처=기획재정부, 국회예산정책처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여야가 확장적 재정정책에 이심전심(以心傳心) 공감하고 있다. 여당은 정부의 계획을 상회하는 400조원 가까운 재정을 풀어야 한다는 입장이고, 야당 일각에서도 국가재정운용계획 이상의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는 복안이다. 내년 총선을 앞둔 예산전쟁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재정건전성의 중요성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재정정책은 일리가 있지만, 그럼에도 사회간접자본(SOC)과 연구개발(R&D) 등 경제예산은 점차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여야, 390조 안팎 예산 공감대…정부계획보다 더 높아

국회 기획재정위원이자 예산결산특별위원인 김관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24일 KBS 라디오에서 내년도 예산 수준에 대해 “약 385조~390조원 정도면 적당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경제기획원 출신의 김 의원은 야당 내에서 경제에 밝은 의원 중 한명으로 꼽힌다.

정부의 2014~2018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내년 적정 예산 총지출은 393조6000억원으로 잡혀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중을 30% 중반대(36.4%)로 맞춘 것이다. 여기에 올해 추가경정예산으로 미리 당겨 쓴 6조2000억원을 빼면 387조4000억원이 나온다. 정부의 중기계획상 내년 적정예산 수준이다.

김관영 의원이 제시한 수치도 경우에 따라 정부의 당초 계획을 넘어설 수 있다. 김 의원은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를 크게 하면서도 “저성장 국면에서 재정의 역할이 상당히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여당 외에 야당 일각에서도 확대 재정을 부정하지 않은 것이다.

여당은 이미 공격적인 재정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국회 예산결산특위 여당 간사인 김성태 의원은 이데일리와 만나 “내년 예산이 400조원을 넘을 수는 없다”면서도 “390조원 언저리 정도 될 것”이라고 했다. 390조~395조원 정도 될 것이란 얘기다. 김 의원은 앞서 경제예산의 대폭 확충도 강조했다. 그는 정부의 SOC, R&D 등 경제관련 예산 계획이 너무 보수적이라고 지적했다. 더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 한 관계자는 “경제예산과 사회예산 등의 세부 비중에서는 여야의 입장이 다를 수 있다”면서도 “내년 총선을 앞둔 정치인 입장에서 확대재정을 뿌리치기 쉽지 않은 건 비슷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예산 ‘400조 시대’가 머지 않았다는 관측이다.

◇전문가 입장 달라…“SOC, R&D 등 경제예산 더 줄여야”

다만 재정 전문가들의 입장은 여야와 확연히 달랐다.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재정운영방향에 대한 공청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전문가들의 재정건전성에 대한 견해는 대체로 비슷했다.

박용주 국회예산정책처 경제분석실장은 “부진한 세수(稅收) 여건에서 재정지출에 충당할 재원의 상당부분을 국채발행으로 조달하면서 재정건전성이 악화됐다”면서 “국가채무 규모의 증가와 더불어 국가채무 질도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기획재정부와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국민 부담으로 갚아야 할 적자성 채무는 2014년 현재 283조8000억원으로 전체 국가채무(530조5000억원) 대비 53.5%에 이른다. 지난 2009년 이 비중은 46.9%였는데, 6년새 6.6%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반면 외환시장 안정용 국채처럼 채무에 대응하는 자산이 있는 금융성 채무의 비중은 점차 줄고 있다.

예산 구조조정의 목소리도 많았다. 김유찬 홍익대 세무대학원 교수는 “경제예산에서 사회예산으로 예산구조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를테면 SOC 예산의 경우 산업구조적으로 구조조정돼야 하는 건설업을 연명해주고 있다고 김 교수는 혹평했다. 실제 OECD 자료를 보면 SOC를 포함한 우리나라 경제예산은 총지출 대비 20%를 넘기고 있다. 이는 OECD 평균보다 두 배 가까이 큰 규모다. 김 교수는 또 “R&D 투자는 주로 전자부품, 컴퓨터, 영상, 음향·통신장비 등 제조업에 치중돼있다”면서 “바로 사업화가 가능하고 대기업이 진출하는 분야에 정부가 나설 필요는 없다”고 했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도 “중소기업, SOC, R&D, 복지, 지방재정 등 비효율이 누적된 분야의 재정지출을 제로베이스(zero-base)에서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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