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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국방부, 블랙리스트서 中허사이 돌연 제외…왜?

방성훈 기자I 2024.08.13 15:00:39

허사이, 1월 블랙리스트에 추가…5월 반발 소송
"중국軍과 무관…증거 없는 임의 제재로 피해" 주장
2021년 샤오미처럼 패소 예상해 명단서 제외한 듯
소식통 "정부 변호사, 법적 요건 충족 못했다고 판단"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세계 최대 전기자동차 레이저 센서 제조업체인 중국 허사이(Hesai)가 미국 국방부의 블랙리스트에서 급작스럽게 제외돼 눈길을 끌고 있다.

펜타곤 전경. (사진=AP)


파이낸셜타임스(FT)는 12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 국방부가 허사이를 블랙리스트에서 제외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1월 31일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지 약 7개월 만이다. FT는 “미 국방부의 당혹스러운 태도 반전”이라고 평가했다.

미 국방부는 국방수권법에 따라 중국 인민군이 소유 또는 통제하고, 미국에서 영업 활동을 하고 있는 기업들의 명단을 작성해 매년 의회에 제출해야 한다. 국방수권법은 중국 정부가 군사적 목적으로 민간기업 기술을 이용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인민군에 도움을 준다고 판단되는 기업은 미 국방부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게 되고, 미국 내 개인과 기업의 투자가 제한된다. 허사이는 인민군 공급업체로 알려졌다.

미 국방부가 180도 태도를 전환한 것은 허사이가 지난 5월 소송을 제기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허사이는 워싱턴DC 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국방부 블랙리스트에 등재된 것과 관련해 “우리는 상업용·민간용으로만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중국 정부나 군사 기관 중 어느 곳도 자사의 경영 전략 및 연구개발에 영향력을 행사 또는 통제하려 하지 않았다”며 “미 국방부가 근거도 없이 임의적이고 자의적으로(arbitrary and capricious) 제재를 가했다”고 주장했다.

허사이는 또 블랙리스트 지정으로 “기업의 명성이 훼손되고 주가가 현저히 하락했으며, 사업적 기회를 잃었다”고 강조했다. 허사이는 나스닥 상장사이며, 블랙리스트에 오른 뒤 미국 내 제조 시설을 건설하려던 계획이 차질을 빚은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미 국방부를 대변하는 변호사들은 허사이가 블랙리스트에 포함될 수 있는 법적 기준을 충족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소송이 계속 진행되면 미 국방부가 패소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결국 블랙리스트에서 허사이를 제외하기로 선조치하게 됐다는 것이다.

앞서 2021년에도 샤오미가 미 국방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전력이 있다. 당시 샤오미도 허사이와 같은 상황에 놓였는데, 미 법원은 샤오미를 블랙리스트 기업으로 지정할 만한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결했다. 결국 미 정부는 샤오미를 명단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했다.

미 국방부는 허사이를 블랙리스트에 추가한 이유 및 다시 제외하게 된 배경 등과 관련해 소송이 아직 진행중이기 때문에 언급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백악관도 답변을 거부했다.

반면 허사이는 미 국방부가 자사를 블랙리스트 기업으로 지정한 것은 “명백한 실수”라고 거듭 지적했다. 미 워싱턴 주재 중국 대사관은 “미국이 차별적 관행을 바로잡고, 중국 기업에 공정하고 정의롭고 차별 없는 사업 환경을 제공하는 것을 보니 기쁘다”며 환영했다.

하지만 허사이가 중국 산업정보기술부(MIIT)와 제휴하고 있기 때문에 다시 블랙리스트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군사 전문가이자 파미르 컨설팅의 최고정보책임자인 제임스 멀버넌은 “허사이를 블랙리스트에 추가할 수 있는 법적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해서, 이미 입증된 인민군 공급업체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고 말했다.

허사이는 자율주행차 충돌을 방지하는 데 필요한 레이더 센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2021년엔 아마존이 소유한 자율주행 로보택시 업체인 죽스(Zoox)와 제휴를 맺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산 ‘커넥티드 카’(인터넷에 연결된 차량)에 탑재된 컴퓨터와 센서로 수집한 데이터가 미국인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지 조사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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