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농조합법인의 법리와 조합원들의 책임
영농조합법인의 설립과 관련하여, 농어업경영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은 “협업적 농업경영을 통하여 생산성을 높이고 농산물의 출하·유통·가공·수출 및 농어촌 관광휴양사업 등을 공동으로 하려는 농업인 또는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제3조 제4호에 따른 농업 관련 생산자단체는 5인 이상을 조합원으로 하여 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제16조 제1항).
그리고, 영농조합법인의 법적 실체에 대해서는 “이 법에서 규정한 사항 외에는 민법 중 조합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고 하였으므로(제8항), 결국 영농조합법인의 실체는 민법상 조합이고, 민법상 조합 및 합유의 법리가 적용된다.
한편, 조합에 채무가 발생한 경우 조합재산으로 책임을 지면서도, 동시에 조합채무는 전 조합원에게도 합유적으로 귀속되므로, 각 조합원은 원칙적으로 지분의 비율에 따라 각자의 개인재산으로도 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만일 조합채무가 특히 조합원 전원을 위하여 상행위가 되는 행위로 인하여 부담하게 된 것이라면, 그 채무에 관하여는 상법 제57조 제1항이 적용되어 조합원들이 연대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위와 같은 조합의 법리는 영농조합법인에도 그대로 적용되는바, A영농조합법인에 계란을 공급하였는데 그 대금을 받지 못하자 조합원들을 상대로 물품대금청구를 한 사안에서, 조합원들이 위 물품대금에 대해 연대하여 배상하라는 판결이 선고된바 있다(대법원 2016다39897 판결).
◇ 영농조합법인 대표이사의 이해상반행위시 무권대리 효과
한편, 영농조합법인의 대표이사가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행위를 하고, 그것이 동시에 조합에는 해가 될 때, 이러한 행위를 이해상반행위라 하고, 그 행위의 효력이 문제된다. 구체적으로 영농조합법인의 대표이사가 조합 재산을 자기 개인의 채무에 담보로 제공한 경우, 대표이사 자신에게는 이익이 되지만 조합에는 해가 되므로 이해상반행위가 된다. 이렇게 조합의 대표이사가 이해상반행위를 하였을 때 그 행위는 원칙적으로 무권대리가 되어 무효라는 것이 판례의 법리이다.
최근 사안을 보면, A 영농조합법인의 대표이사가 자신의 남편 채무에 대해 A 영농조합법인이 연대보증을 서게 하고, 그 연대보증채무를 담보하기 위해 A 영농조합법인 소유의 토지를 담보로 제공하고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한 사안에서, 법원은 위 근저당권설정계약체결이 무효라는 전제에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말소하라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하였다(대법원 2017다271070 판결).
구체적으로 대법원은 “영농조합법인에 관련하여 농어업경영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8조는 ‘법에서 규정한 사항 외에는 민법 중 조합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고 하였는데, 위 법에서 영농조합법인과 그 대표이사의 이익이 상반하는 사항에 관하여는 특별히 규정된 것이 없으므로, 민법 중 조합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여야 한다.”는 전제에서,
“민법 제709조에 의하면, 조합계약으로 업무집행자를 정하였거나 또는 선임한 때에는 그 업무집행조합원은 조합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범위에서 조합을 위하여 모든 행위를 할 대리권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민법 제124조는, 대리인은 본인의 허락이 없으면 본인을 위하여 자기와 법률행위를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본인과 대리인 간의 이해의 충돌이 있는 때에도 위 규정이 적용된다. 이러한 규정에 비추어 보면, 영농조합법인과 그 대표이사의 이익이 상반하는 사항에 관하여 대표이사는 대리권이 없다. 그럼에도 대표이사가 민법 제124조를 위반하여 영농조합법인을 대리한 경우에 그 행위는 무권대리행위로서 영농조합법인에 대하여 효력이 없다.”고 판시하였다.
결국 조합의 대표이사가 위와 같은 이해상반행위로 연대보증 및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한 경우, 무권대리행위로서 무효가 되는 것이다.
한편, 위와 같은 조합의 연대보증 및 근저당권설정계약이 이해상반행위에 해당하여 무권대리 및 무효가 되더라도, 나중에 조합이 이 행위를 알고도 그 효과가 자신에게 귀속되는 것을 승인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면, 그 무권대리 행위를 추인하였다고 볼 수 있는 여지가 있고, 이때는 위 행위가 유효가 될 수도 있다.
◇김용일 변호사
△서울대 경영대 △사법연수원 34기 △법무법인 현 파트너 변호사 △법무법인 현 부동산/상속팀 팀장 △대한변호사협회 공식 인증 부동산전문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공식 인증 상속전문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