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 글로벌 유통업체 미그로스그룹에 지분 51%를 매각키로 본계약을 체결한 안건영 고운세상코스메틱 대표의 야심찬 포부다. 안 대표는 자체 더모코스메틱 브랜드 ‘닥터지’의 글로벌 경쟁력 확대를 위해 회사를 매각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피부과 의사로 시작해 2000년 고운세상코스메틱을 설립, 경영에 첫 발을 뗐던 안 대표가 이젠 글로벌 시장을 향해 한층 진화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 고운세상코스메틱은 선크림(자외선차단제)과 필링젤 등을 중심으로 한 닥터지 브랜드를 운영하며 지난해 연매출 280억원을 올린 뷰티 분야 강소기업이다.
안 대표는 이날 자신의 보유한 회사 지분 51%를 미그로스그룹의 화장품 원료 전문 자회사 미벨AG에 매각하는 본계약을 체결했다. 매각가격은 약 300억원. 미그로스그룹은 스위스에 본사를 둔 글로벌 유통업체다. 안 대표는 본계약 체결 후 다음달 초 미그로스그룹 측 관계자들과 공식 세리머니도 진행할 예정이다. 안 대표는 “이번 계약을 통해 미그로스그룹의 다양한 유통망과 우수한 원료, 그리고 닥터지가 가진 브랜드 철학·제품력이 더해져 양사간 시너지가 극대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이번 지분 매각 이후에도 고운세상코스메틱의 최고경영자(CEO)로 남는다. 이는 미그로스그룹 측이 먼제 제안한 내용이다. 지분 매각 계약 과정에서 미그로스그룹 측은 안 대표에게 “‘닥터 안’(안 대표 지칭)이 없으면 이번 지분 인수는 의미가 없으니 앞으로도 닥터지를 잘 이끌어달라”고 요청했다는 후문이다. 안 대표는 고운세상코스메틱의 2대 주주이자 CEO로 회사의 글로벌 전략을 진두지휘할 계획이다.
이 같은 미그로스그룹의 신뢰는 안 대표가 가진 화장품에 대한 진정성이 크게 작용했다. 안 대표를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수식어는 ‘화상을 극복한 기업인’이다. 안 대표는 어린 시절 얼굴에 심한 화상을 입었지만, 직접 피부과 의사가 돼 트라우마를 극복한 경험을 갖고 있다. 이 같은 아픔은 ‘피부과학으로 세상을 건강하게 한다’는 안 대표와 고운세상코스메틱의 경영철학으로 자리잡았다. 피부로 고민하는 환자와 소비자 마음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던 안 대표의 아픈 경험은 사업에 대한 진정성을 키우는 계기가 됐다. 미그로스그룹 입장에선 이 같이 더모코스메틱 사업에 진정성을 가진 안 대표야말로 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적임자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가 야심차게 선보인 닥터지의 ‘마이스킨멘토 프로그램’도 이번 미그로스그룹 투자에 큰 영향을 줬다. 이 프로그램은 설문을 통해 피부타입을 16가지로 정밀 진단해 이에 맞는 처방과 솔루션을 멘토링해주는 서비스다. 안 대표는 “미그로스그룹이 닥터지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엔 ‘바우만 피부타입 테스트’를 토대로 한 마이스킨멘토 프로그램이 중심에 있다”며 “미그로스그룹은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회사가 아닌, 건강한 피부를 위해 전반적인 솔루션을 제공해주는 닥터지의 브랜드 콘셉트에서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발견했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안 대표 역시 미그로스그룹의 투자로 글로벌 사업에 한층 속도를 붙일 수 있게 됐다. 초창기부터 ‘해외서 더 잘 알려진 화장품’으로 알려진 닥터지의 판로를 한층 확대시킬 계획이다. 닥터지는 2006년 홍콩 대형 드럭스토어 ‘사사’에 입점한 지 1년 만에 100만달러를 벌어들이는 저력을 발휘했고 이후 이를 기반으로 대만·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진출에도 나섰다. 2016년엔 미국시장 진출을 본격화하면서 매출액도 200억원대로 올라섰고 수출시장도 넓어져 현재 닥터지는 전 세계 20개국 이상에 제품을 공급 중이다. 안 대표는 지속적으로 닥터지의 제품력과 브랜드 진정성을 내세우며 해외 드럭스토어·백화점 등으로 판로를 넓혀왔다. 미그로스그룹의 폭넓은 유통망까지 가세하게 되면 그간 주요 공략처로 여겨지던 유럽시장도 뚫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특히 안 대표는 미그로스그룹과 중국시장을 공통으로 눈 여겨보고 있다. 안 대표는 지난해까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영향으로 위축됐던 중국시장을 미그로스그룹의 원료와 유통망 경쟁력을 활용해 다시 한 번 공략할 계획이다. 과거 중국시장 진출 실패 경험이 있는 미그로스그룹 역시 ‘한국 화장품’ 닥터지를 통해 중국 더모코스메틱 시장을 다시 ‘노크’한다는 계획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