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재호 기자] 1년째 팬오션(028670) 주가를 짓눌러 왔던 산업은행발(發) 오버행(대량의 대기물량) 이슈가 해소될 조짐이다. 해운업이 구조조정 격랑에 휩싸인 와중에서 준수한 실적을 유지하고 있는 팬오션이 의미있는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산은이 보유하고 있는 팬오션 지분이 급격히 줄고 있다. 산은은 지난 2013년 출자전환 방식으로 팬오션 주식 2700만주를 보유하게 됐다. 지난해 팬오션을 하림그룹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20% 감자를 진행해 보유 주식은 2200만주로 줄었다. 지난해 6월30일 팬오션에 대한 법원의 회생절차가 종료되고 7월27일 거래가 재개된 이후부터 주식을 꾸준히 내다 팔아 현재 700만주 미만으로 줄였다. 특히 지난달 17일부터 6거래일 동안 은행권 매물이 380만주 가량 쏟아져 나왔는데 대부분이 산은 물량이었다. 이 과정에서 주식 수가 큰 폭으로 감소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 1년 간 산은이 매도한 팬오션 주식은 1500만주 이상”이라며 “남은 물량을 감안하면 오버행 이슈는 끝났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팬오션 투자자들은 산은의 소량 매도 행보에 분통을 터뜨려 왔다. 산은은 하루에 수 천주에서 10만주 사이의 매도세를 유지했다. 이는 팬오션 주가 반등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하림그룹 계열로 편입된 직후인 지난해 8월 529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산은 등 은행권 매도세에 4000원대로 떨어졌다. 또 지난 4월에는 1분기 실적 기대감에 4300원대까지 상승했다가 오버행 우려에 3000원대로 추락했다. 현재 주가는 3540원(6일 종가 기준)으로 거래 재개 당시보다 17.48%나 하락했다.
산은측은 “팬오션 회생절차 종료로 주식 취득 목적이 사라져 매각을 개시한 것”이라며 “일일 거래량 등 모든 사항을 고려해 매각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팬오션은 해운업황 부진 속에서도 8분기 연속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1분기 매출액은 452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3.21% 늘었고 39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2분기 영업이익은 400억원 이상으로 전망된다. 최대주주 외에 가장 많은 물량을 쥐고 있던 산은의 오버행 리스크가 해소되면서 주가도 기지개를 켤 가능성이 높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해운업황 회복이 단기간 내에 이뤄지지는 않겠지만 팬오션은 견조한 실적을 내고 있어 주가가 좀 더 오를 여지가 있다”며 “다만 지난달 20일 하림그룹 지주회사인 제일홀딩스와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1억7000만주의 보호예수가 풀린 게 변수지만 아직까지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