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선상원 기자] 내년 총선 불출마를 고집했던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추석 연휴를 거치면서 출마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당 혁신위원회의 부산 출마 요구에 심사숙고하겠다고 했던 문 대표는 1일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 당의 총선 승리에 도움이 된다면 어떤 지역에서 어떤 상대와 대결하는 것도 피하지 않겠다”며 총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했다.
총선 출마로 기울자, 부산에서 서울 강남까지 다양한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 ‘부산서 문재인-안철수 쌍끌이를 보고 싶다’고 했던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문 대표의 부산 출마는 혁신위의 공식 요청이었지만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서울 열세지역 출마가 낫다고 당이 판단한다면 그렇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야권이 서울 강남 3구에서 항상 고전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조 교수가 언급한 열세 지역은 강남쪽일 가능성이 높다. 새누리당은 텃밭으로 분류되는 강남 3구에 전략공천을 해왔다.
조 교수의 언급은 열세지역, 험지 출마 요구만 충족되면 당의 전략적 판단에 따라 서울이든 부산이든 무방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일부 의원들도 서울 출마 요구에 가세했다. 안철수 전 대표와 가까운 송호창 의원은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문 대표도 서울로 와서 가장 중심적인 정치1번지 종로에 가서 강력한 여당 후보와 경쟁해야 한다”고 밝혔다. 당 정책위의장을 역임한 강기정 의원도 “개인적으로는 문 대표가 지역구에 나서야 한다면 수도권 어딘가에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들 의원들에게는 공통적으로 문 대표의 부산 출마가 자기희생이나 험지 출마로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당 안팎서 총선 출마를 전제하고 출마 예상지역을 제시하는 것과 달리 문 대표 측근들은 입장이 제각각이다. 아직도 총선 출마를 반대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진성준 전략기획위원장은 문 대표의 발언이 총선승리에 대한 자세,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지, 출마를 결정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진 위원장은 “우리 당에서 제일 지지도가 높은 대선주자를 (열세 지역인) 특정 선거구에 묶어놓고 사생결단식으로 싸우게 하는 것은 전략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며 “만약 출마한다고 해도, 총선승리의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전국적으로 봤을 때, 교두보를 세울 수 있는 지역에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두보를 세울 수 있는 지역은 당선가능성이 없는 서울 강남이 아닌 가능성이 있는 곳을 말한다. 부산이나 서울 강남 등 열세지역 출마를 요구하는 조 교수나 의원들과는 다른 인식이다.
출마에 동의하는 측근 그룹도 있다. 다만,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염두에 둔 작위적인 부산 영도 출마나 당선가능성이 없는 서울 강남 출마는 선택지에서 배제했다.
문 대표 한 측근은 “(당장 출마지역을 정하지 않고) 당에서 요구를 하면 어떤 상황이라도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고 표명하면 될 것 같다. 김무성 대표 지역구인 부산 영도쪽으로 나가는 것은 상황이 변한 것 같다. 당분간 청와대와 김 대표가 각이 서 있는 상황에서 꼭 그쪽으로 나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영도 대신에 김영삼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 지역구였던 중구동구나 북구강서을구, 서구 등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 측근은 “무조건 떨어지는 곳으로 가라고 하면 대구 가라고 하지. 서울 강남 가라는 것은 경북으로 가라는 것과 같다. 정치는 드라마가 아니다. 최선을 다하면 이길 수 있는 곳, 이길 수 있는 데 지고 있는 곳으로 가 승리해야 의미가 있다”고 했다. 서울에서는 동작이나 강서구가 그런 곳에 해당한다.
부산 출마에 직접적으로 관련돼 있는 부산시당은 조만간 문 대표 출마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춘 시당위원장은 “서울보다 부산이 훨씬 어려운 승부지역이니까 (문 대표가) 부산 출마를 했으면 한다. 사상구를 포함해 낙동강 벨트 3-4개 지역을 빼놓고는 다 어렵다. 부산 원도심이나 동부지역에 출마하는 게 좋겠다. 논의할 생각이지만, 시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결의하지는 않을 것이다. 문 대표가 당의 이런 저런 목소리를 듣고 결단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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