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한국에서 열린 ‘롤드컵’에서 한국팀이 우승하자 정치권도 응원 일색이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결승전 현장을 방문해 T1을 추켜세우고 이스포츠 산업 진흥을 약속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축전으로 “정부도 게임산업이 국제경쟁력을 갖춰 세계를 선도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고 언급했다.
올해는 이스포츠 산업에 특별하다. ‘롤드컵’ 우승은 물론 지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최초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는 등 비주류에서 주류로 올라서고 있다. 과거 이스포츠가 ‘게임을 하는 사람들만 좋아하는 스포츠’였다면, 이젠 ‘누구나 한번 쯤은 들어보고 본 적이 있는’ 스포츠로 나가는 과정이다.
중요한 건 이제부터다. 이처럼 높아진 관심을 이스포츠 산업 전반으로 확산시켜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이스포츠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핵심 게임 지식재산(IP)의 확보다. 2006년 중소게임사였던 라이엇 게임즈는 ‘LoL’이라는 단 하나의 IP로 이스포츠 대회를 기획하고 흥행시키며 일약 글로벌 게임사로 도약했다. IP의 중요성을 재확인한 대목이다.
한국이 이스포츠 산업의 종주국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이는 프로게임단, 방송, 스트리밍 같은 시스템이 중심이지 핵심이 되는 ‘킬러 IP’는 여전히 부족하다. 라이엇 게임즈의 ‘LoL’ 만큼,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 있는 한국의 자체 이스포츠 IP는 크래프톤(259960)의 ‘배틀그라운드’ 정도다. 나머지는 외부 IP를 사용하거나 내수에만 그치는 수준이다.
대한민국 게임사가 내놓은 IP로 5억 명의 세계인이 함께 즐기는 이스포츠 대회가 열린다면, 얼마나 많은 경제적 파급효과가 가능할까. 1999년 세계 최초로 프로리그(스타크래프트)를 열며 이스포츠 인프라를 가장 먼저 구축했던 한국인만큼 그 잠재력은 더 클 것이다.
정부가 경기장 구축 등 이스포츠 산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IP를 만들어내는 국내 게임 업계에 대한 진흥정책에도 신경 썼으면 한다. 이스포츠와 게임 산업은 분리될 수 없는 관계여서다. 과거처럼 규제 일변도가 아닌 게임 산업에 대한 진흥의 시각으로 바라봤으면 한다. 외국 IP에 종속된 이스포츠가 아닌, ‘K-팝’처럼 우리 IP로 세계 시장을 호령하기 위한 첫걸음이 지금 시작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