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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연주한 곡은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0번. 대부분의 곡을 장조로 곡을 썼던 모차르트가 단조, 그 중에서도 d단조로 작곡한 작품이다. 비극적인 1악장과 감미롭고 우아한 2악장, 그리고 폭풍처럼 몰아치는 3악장으로 듣는 이를 복잡한 감정으로 빠져 들게 만드는 곡이다. 임윤찬이 한국에서 처음 연주하는 곡이기도 했다.
1악장에서 임윤찬은 머리를 한껏 숙인 채 연주에 몰입했다. 오른손으로 건반을 치는 동안 왼손으로 오른손을 감싸는 듯 신비로운 움직임을 보이며 연주를 이어갔다. 연주가 격해질 땐 음악과 하나가 된 듯 왼발을 구르며 격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1악장 후반부의 카덴차(독주자가 반주 없이 기교를 최대한 발휘해 연주하도록 한 구간)에선 베토벤 버전을 선보여 이목을 끌었다. ‘임윤찬스럽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2악장에선 1악장과는 상반된 감미로운 연주를 보여줬다. 그러나 3악장이 시작하자 다시금 열정적으로 연주를 이어가며 마치 신들린 듯한 모습을 보여줬다. 연주가 끝나자 관객은 또 다시 우레와 같은 박수와 환호로 임윤찬의 연주에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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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찬은 이날 두 곡의 앙코르곡을 선사했다. 첫 번째 앙코르곡은 모차르트 ‘레퀴엠’ 중 ‘라크리모사’.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0번과 마찬가지로 d단조로 작곡된 곡이다. 나이보다 어른스러운 임윤찬의 성숙함이 돋보이는 선곡이었다. 이어진 두 번째 앙코르곡은 드로브자크의 ‘유모레스크’. 악장의 요청에 따라 멋쩍은 표정으로 피아노 앞에 다시 앉은 임윤찬은 누구나 잘 아는 곡을 장난기를 섞은 듯 유쾌한 연주로 선보였다. 또 다시 악장이 앙코르를 요청하자 더 이상 앙코르가 없다며 손사래를 치는 모습마저도 임윤찬다웠다.
루체른 심포니는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와 함께 유럽 최고의 여름 음악 축제 ‘루체른 페스티벌’ 정규 프로그램을 책임지는 악단이다. 내한공연은 4년 만이다. 2021~22시즌부터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있는 상임 지휘자 미하엘 잔데를링이 함께 했다. 2부에선 멘델스존 교향곡 4번 ‘이탈리아’로 우아한 연주를 보여줬다. 앙코르곡은 엘가의 ‘수수께기 변주곡’ 중 ‘님로드’, 그리고 브람스 헝가리 무곡 제5번이었다. 특히 브람스 헝가리 무곡 제5번에선 잔데를링이 관객의 박수를 유도하는 쇼맨십을 보여줘 눈길을 끌었다.
이날 공연엔 시각장애인 관객을 위한 안내견도 함께 했다. 안내견은 임윤찬이 등장할 때 관객이 박수와 환호를 지르자 잠깐 놀라기도 했으나, 공연 시간 내내 차분히 앉아 관객과 함께 음악을 감상했다. 롯데문화재단 관계자는 “장애인 관객을 위한 휠체어석의 경우 인터넷으로는 판매하지 않고 전화로만 예매를 받고 있다”며 “이번 공연에 온 시각장애인 관객 또한 전화를 통해 예매를 안내했다”고 전했다. 임윤찬과 루체른 심포니는 오는 7월 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같은 프로그램으로 한 번 더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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