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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원자재가격 종합지표인 리피니티브 코어코모디티 CRB 지수는 지난 25일 295.22달러로 6월 고점 대비 20% 가까이 하락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130달러를 돌파했던 국제유가는 70달러대 초중반으로 하락했고, 국제 곡물가격도 흑해를 통한 수출길이 열리면서 하락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상승률(CPI)이 전년 동월대비 7.7%를 기록, 전달(8.2%) 대비 0.5%포인트 하락하고 시장예상치(7.9%)도 밑돌았다. 10월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도 전년 동월대비 8.0%로 전달(8.4%)보다 완화하며 4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에 인플레이션 우려도 대폭 완화했다. 시장에선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것이란 기대감이 확산했고, 연준 역시 긴축 속도 조절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지만 닛케이는 “물가상승률 둔화가 반드시 인플레이션 하락으로 수렴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미국의 10월 CPI에서 외식업종 상승세가 전년 동월대비 8.6% 급등한 것에 주목했다. 서비스업 인력이 부족해 임금이 상승했고, 가격에 전가되면서 물가를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에서 이민자 유입을 대폭 축소한 것이 미 노동시장 수급 불균형을 야기한 원인 중 하나로 꼽혔다. 이는 저출산·고령화와 맞물려 2020년 8월부터 2021년 7월까지 1년간 미국의 인구증가율이 역대 최저치인 0.1%에 그쳤다는 진단이다.
아울러 미국 미시간 대학이 지난 23일 발표한 향후 12개월 기대인플레이션은 4.9%로 연준 목표치인 2% 대비 여전히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연준 위원들도 아직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수전 콜린스 미 보스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지난 18일 CNBC 인터뷰에서 “전체 인플레이션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명확한 증거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앞서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도 지난 16일 연설에서 “연준은 기준금리 인상 폭을 곧 낮출 수 있다는 데 열려 있다”면서도 “다음 개인소비지출(PCE) 인플레이션 보고서와 고용 보고서를 비롯해 더 많은 데이터를 보기 전까지는 (금리인상 폭에 대해) 판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11월 PCE 인플레이션 보고서와 비농업고용지수는 12월 1일과 2일 각각 발표된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는 지난 22일 연설에서 “현재 노동시장에서 (기업 등의)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다만 “대부분 섹터에서 임금상승이 인플레이션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임금상승이 인플레이션 하락을 둔화시킬 수는 있겠지만 1970년대처럼 악화하진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유럽의 경우 임금상승뿐 아니라 러시아의 공급 차단으로 천연가스 가격까지 급등하며 인플레이션을 밀어올리고 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유로존의 10월 CPI는 전년 동월대비 10.6%로 12개월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