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선임’ 채무자 대리인 신청, 반년 새 20배 증가
김씨처럼 불법 사금융시장에서 돈을 빌렸다가 궁지에 내몰린 채무자들이 늘면서 정부의 지원 움직임도 속도를 내고 있다.
1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올해 ‘채무자대리인’ 지원 실적은 10월 121건을 기록했다. 올 3월만해도 6건에 불과했다 하반기들어 신청자가 급증했다. 코로나19 이후 생활형편이 어려워지거나 급전을 찾아야만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불법 사금융에 손을 대는 사람들도 증가했기 때문이라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신용등급이 좋지 않아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린데다, 인터넷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문자 등을 통해 정식 업체인 것처럼 속인채 접근하는 경우도 많아 피해자가 늘었고, 이들이 정부의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도 늘어난 것이다.
채무자 대리인 제도는 불법추심으로 피해를 입었거나 그런 우려가 있는 사람들이 변호사를 선임하면, 그 이후부터는 추심업자가 변호사를 통해서만 연락을 하거나 추심행위를 할 수 있는 제도다. 채권추심법 제8조2에서 보장하는 권리다. 불법 사금융업자들의 협박 전화 등을 막을 수 있다. 불법추심으로 피해를 입는 사람이라면 별다른 서류를 낼 필요도 없이 온라인을 통해 법률구조공단이나 금융감독원에 신청하면 된다.
올해 채무자 대리인 신청 건수 가운데 20건은 이 제도를 활용해 민사 소송에 나섰다. 소송대리는 연이자 24% 이상을 요구받고 있는 사람 중 중위소득이 125% 이하(4인 가구 기준 월 소득 593만6000원 이하)면 신청할 수 있다. 소송이 마무리하면 이들은 법정 최고금리 24% 이상 냈던 이자가 무효가 된다. 24% 이자보다 더 많이 낸 금액은 일단 원금상환으로 쓰이고 원금까지 다 갚고 돈이 남으면 반환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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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 내는 대부업법 개정안…내년 초 통과 가닥
지난 6월 금융위가 마련한 대부업법 개정안도 올해 내 국회로 상정될 전망이다. 개정안은 현재 규제개혁위원회를 통과했다. 규개위를 통과한 법안은 법제처의 검토를 마치면 국회 본회의로 올라간다.
법안은 계약서가 없으면 대출이 무효라는 내용과 증액 재대출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증액 재대출은 연체 이자까지 원금으로 묶어 다시 대출하는 방식인데 만일 200만원을 40%의 금리로 빌렸는데 못 갚는다면 280만원을 재대출해주는 식이다. 눈덩이처럼 빚이 불어나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또 등록도 안 해놓고 영업을 하는 불법사금융업자들이나 최고금리를 넘긴 업자들의 벌금도 최고 3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강화하는 내용도 담았다.
또 불법사금융업자들이 받을 수 있는 이자도 6%로 내려온다. 현재는 불법사금융업자여도 대부업법에 따라 등록대부업자와 마찬가지로 24%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상사법정이자율(6%)밖에 받지 못한다. 애초 불법사금융업자와 맺은 계약 자체를 무효화하는 방안도 제기됐지만 민법상 계약 자체는 성립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형법을 강화하는 수준에서 멈췄다.
금융위가 제안한 법안과 별개로 이미 국회에서도 대부업법 개정안도 논의 중이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불법사채업자들이 받는 이자가 법정 최고이자율을 낮추자는 법안을 발의하며 제시한 최고이자율의 2배(40%)을 초과했을 경우 계약 자체를 무효로 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여당 관계자는 “징역이나 벌금형에 처해지는 불법대부업체들인데, 계약을 했다고 피해자가 그들에게 돈을 갚아줘야 한다는 게 이해이 가지 않을 수 있다”면서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국민 정서에 맞는 법안들이 국회에서도 논의될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