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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20년간 옥살이를 한 윤모(53)씨가 재심 청구서를 낸지 63일 만에 법원이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 김병찬)는 14일 이춘재 8차 사건의 재심 청구인인 윤모씨에 대한 재심을 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춘재가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자신이 이 사건의 진범이라는 취지의 자백 진술을 했다”며 “여러 증거를 종합하면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윤씨에 대해 무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에 해당된다”고 덧붙였다.
앞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지난해 9월 이춘재를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보고 전담수사본부를 설치해 조사에 나섰다. 경찰은 이춘재가 화성연쇄살인사건의 모방 범죄로 종결된 8차 사건 또한 저질렀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하지만 당시 진범으로 몰린 윤씨가 20년간 복역하다 가석방됐기 때문에 논란이 증폭됐다.
윤씨는 당시에도 무죄를 주장했다. 윤씨는 이춘재가 자백한 이후 당시 수사관들의 가혹행위 등으로 수사 과정에서 거짓자백을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윤씨는 지난해 11월 13일 재심 전문인 박준영 변호사와 수원지법에 재심 청구서를 제출했다. 윤씨 측 변호인단은 △새롭고 명백한 무죄 증거 △수사기관의 직무상 범죄 등 크게 두 가지가 재심사유 요지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17일 당시 8차 사건 수사에 참여했던 경찰관 51명 가운데 사망한 11명과 소재가 확인되지 않은 3명을 제외한 총 37명을 수사한 결과 당시 형사계장 A씨 등 6명을 직권남용 체포·감금과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독직폭행, 가혹행위 등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또한 당시 수사과장 B씨와 담당 검사 C씨를 직권남용 체포·감금 등 혐의로 입건하기도 했다.
검찰도 지난해 12월 23일 이춘재 8차 사건을 직접 조사한 결과를 발표하면서 재심을 개시할 이유가 상당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검찰은 이춘재의 진범 인정 자백 등 새로운 증거의 발견, 불법감금과 가혹행위 등 수사기관 관계자들의 직무상 범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감정서 허위 작성 의혹 등을 근거로 재심을 개시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법원에 냈다.
형사 사건에서 재심이 개시되는 건 이례적이지만 8차 사건 경우 이춘재의 자백이 있었고 당시 윤씨에 대한 가혹행위 등이 인정된 점이 유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다음달 공판 준비기일을 열고 3월쯤 재심 공판기일을 열 예정이다.
이춘재 8차 사건은 1988년 9월16일 경기 화성군 태안읍에서 중학생 박모양이 자택에서 성폭행당하고 숨진 사건이다. 윤씨는 당시 범인으로 지목돼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0년을 복역한 뒤 2009년 가석방됐다.
이춘재가 8차 사건을 포함한 10건의 화성 사건과 다른 4건 등 14건의 살인을 자백하면서 진범 논란이 불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