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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免 특허 반납 고비는 넘겼지만…갈 길 먼 호텔롯데 상장

함지현 기자I 2019.12.16 12:25:53

면세점 실적이 관건…호텔 매출 중 80% 이상 차지
월드타워 특허권 지켰지만 사드 보복 여파 여전
송객수수료 등 빈약한 내실도 문제…"내년 상장 무리"

롯데호텔 전경(사진=롯데호텔)
[이데일리 함지현 기자]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이 특허를 유지하면서 한고비를 넘겼지만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정점인 호텔롯데 상장은 여전히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호텔롯데 상장의 가장 큰 숙제는 가치평가를 얼마나 제대로 받을 수 있느냐다. 호텔롯데 상장으로 일본 지분을 희석해 롯데가 일본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지배구조 개편을 완성하겠다는 것이 신동빈 회장의 궁극적인 목표지만,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면서까지 상장을 서두를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관건은 롯데면세점이다. 호텔롯데 매출 중 상당수가 롯데면세점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호텔롯데 매출액은 6조 4474억원이었는데 이 중 면세사업부 매출액이 5조 3075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82.3%를 차지했다.

최근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의 특허권 유지 여부가 주목을 받은 것 역시 이 같은 맥락에서다. 월드타워점은 지난해 1조 200억원의 매출을 올린 대형 점포다. 이는 롯데면세점 전체 매출의 약 20%에 해당한다.

만약 특허권이 박탈됐다면 1500명에 이르는 직원들의 고용도 문제지만 매출 타격으로 호텔롯데의 가치가 크게 훼손할 수 있어 롯데는 특허권 유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웠었다.

관세청이 특허권 유지로 결정을 내리면서 한숨을 돌리게 됐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는 남아있다.

우선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발 보복조치의 여파가 계속되고 있다. 중국 당국이 여전히 ‘롯데’ 관련 제재를 비공식적으로 이어가면서 롯데면세점과 롯데호텔, 롯데월드 등에 대한 중국인 관광객의 방문을 암묵적으로 통제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면세점을 방문하는 주요 고객이 일반 관광객이 아닌 보따리상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점도 리스크로 꼽힌다.

면세업계 전체 매출은 지난 2016년 12조 2757억원에서 지난해 18조 9602억원으로 급격히 늘었다. 올해 10월까지 면세점 매출은 내국인과 외국인을 합해 2조 1873억원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정부의 특허권 남발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중국 보따리상을 유치하기 위해 지출하는 송객수수료가 급증, 내실은 빈약해진 상황이다.

대기업 면세점의 영업이익률은 지난 2016년 -0.8%, 2017년 -2.2%로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3.1%로 흑자 전환하기는 했지만 매출 중 최대 40%에 달하는 송객수수료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다.

복합적인 상황을 고려할 때 호텔롯데의 내년 상장은 불투명하다는 평가다. 황각규 부회장 역시 “여건만 되면 진행하겠지만 투자를 설득할 실적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며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언급한 바 있다.

실제로 지난해 호텔롯데 면세사업부의 영업이익은 2050억원으로 면세점이 호황이던 2015년 3842억원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올해는 3분기 영업이익이 2671억원으로 집계됐다.

업계 관계자는 “호텔롯데 상장을 위해서는 사드 보복 기조와 관광 제한 해제 등이 해결돼야 하고 영업이익 측면에서도 가야할 길이 멀다”며 “내년 상장은 무리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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