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직급제 폐지로 수평적 기업문화가 자리 잡을 것이란 기대와 달리, 임금 하락에 따른 직원 사기저하와 부서별 리더십 확보가 쉽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오너가 있는 대기업들과는 다른 KT의 ‘반관반민’ 문화와는 맞지 않았던 것이다.
13일 KT(030200) 관계자들에 따르면 오는 7월 1일부터 직급제 부활을 골자로 하는 새로운 인사제도를 시행할 예정이다. 지금까지는 직급별로 연봉차등 없이 성과에 따라 연봉이 지급됐는데, 앞으로는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 등으로 직급이 한 단계씩 오를 때마다 임금이 자동으로 올라간다.
사내 호칭도 바뀐다. 직책자(본부장, 실장, 팀장 등)외에는 모두 ‘매니저(Manager)’로 불렀는데, 앞으로는 사원, 대리, 과장, 부장 등으로 나눠 불린다. 이를테면 차장급 팀장과 부장급 팀장이 있을 수 있지만, 팀장외에 팀원은 모두 매니저로 불렸던 지금과는 달라지는 셈이다.
황창규 회장이 직급제를 부활하는 것은 최근 8300여 명의 직원을 명예퇴직한 뒤 의기소침해 있는 직원들의 사기 진작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5월 20일 통신 3사 모두 영업을 재개하는 상황에서 직원들의 하나 된 힘으로 1등 KT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KT 관계자는 “매니저 제도가 수직적 상하 관계를 바꿔 구성원의 역량을 극대화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팀장 외에는 모두 매니저여서 사수와 부사수 개념으로 팀을 통솔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 전 회장 시절 직급제 폐지와 함께 도입된 페이밴드 제도는 사실상 승진을 해도 호봉만 올라 임금인상률을 낮추는 역할을 해왔다”면서 “인사고과에서 A를 받아도 연봉이 아닌 기본급의 6.5%만 인상돼 1년에 인상분이 500만 원도 채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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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의 경우 1981년 체신부에서 분리돼 한국전기통신공사로 설립됐을 당시부터 4급 대리, 6급 사원 등 공무원 체계를 따랐으며, 2002년 민영화된 이후에도 비슷하게 운영되다가 2010년 성과에 따라 연봉을 차등 지급하는 ‘페이밴드’ 보수제도 도입과 함께 사라진 바 있다.
같은 그룹이라도 차이가 나기도 한다. SK그룹은 직급제와 매니저 제도의 중간 형태인데, 비직책자를 PL(과·부장 이상)과 Asso(대리 이하)로 나눠 일부 수직적 개념을 추가했다. 황창규 KT 회장의 친정인 삼성전자는 직급 승진제도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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